힘 빼고 꾸준히 하자!!
유년시절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어렴풋한 기억에 만화책이라도 읽으라며 엄마가 사주신 만화책이 생각난다. 머리가 굵어져 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을 때는 책과 친해지기 힘들었다. 조용조용하고 차분한 성향이었던 내가 책의 재미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쉽기도 하다.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보고 읽는 그 정도이지만.
이런 내가 결혼이란 것도 자식이란 것도 관심 없던 미혼시절부터 생각했던 것이 있다.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꼭 책을 좋아하게 만들 거라고!! 20대 시절부터 매달 책을 구입했다. 물론 읽지 못한 책들도 많았지만 책에 대한 소비는 합리화시켰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그때부터 책 인테리어는 시작되었던 거 같다.
결혼과 출산이란 큰 산을 넘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나의 '책육아'는 시작되었다. '책육아'라는 말을 쓰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태교를 하면서 책을 읽어주는 부모를 많이 보았지만 난 그건 낯 간지려워 하지 못했다. 그냥 난 내가 읽는 것으로 선택했다. 출산, 육아, 교육, 뇌과학 등의 책들을 그냥 잡히는 대로 읽었던 거 같다. 그 시절 독서의 결론은 '아이는 무조건 책을 좋아하게 만들자'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책 인테리어가 시작되었다. 새책이 물론 좋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맘카페의 나눔이나 저가판매, 중고나라를 주로 이용했다. 그리고는 난 무식하게 읽고 또 읽어주었다. 지금의 나라면 조금은 영리하게 했을 거 같은데, 방법을 모르니 그냥 읽어주기만 했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이 무식한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절대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기질상 조금 쉽게 가는 아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이런 아이는 엄친아로 불리는 그런 아이일 것이다. 내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니까.
아직도 진행 중이라 이렇다고 말할 결과물이 없다. 현재 10살 아이는 '책이 좋고 재미있긴 해요' 그 단계로 아직도 위태로운 순간이 많다. 타고나기를 엉덩이가 가볍고 활동적인 아이라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놀다 놀다 심심하면 마지막 단계로 책을 집어든다. 진정한 독서가로 들어가려면 독서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고학년의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이 마지막 단계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책이란 것을 찾을 수 있고, 책에서 답을 찾는 아이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지금 난 현 상태까지 이끌고 온 나 자신을 칭찬하고 앞으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을 하고자 이 글을 쓰는 중이다.
5년, 10년 뒤쯤 '책육아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며 성공담을 글로 적고 싶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책육아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한마디만 하라고 한다면, 절대 짧은 기간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조급한 마음 갖지 말고 힘 빼고 꾸준히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