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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May 08. 2022

"견디어 낸다"는 것에 대하여

그 사람을 견디어 내주는 사랑

임신과 출산, 육아. 이 고난의 시기를 겪으며 동생들은 한 번도 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어서 섭섭함을 넘어 슬픔을 느낀다.

내 동생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나도 그들처럼 연락 끊고 모른 척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견디어 내다"란 단어에 머무르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이 나의 폭언과 분노와 슬픔과 방황과 예측 불가능을 견디어 내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고 그들은 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갈 곳이 없으니 나와 함께 살면서
나를 견디어 내느라 참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 대한 섭섭함을 느끼기보단 그들에게 그렇게 오랜 세월 나를 견뎌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육아 우울증으로 너무나 도움이 절실할 때 내 곁에서 나의 짜증과 분노와 슬픔을 견디어 내 준 사람은
신랑과 아이와 시부모님이셨다.

그들에게도 감사하다.

원가족 안에서 힘들 때 도움이 되어 주는 그런 관계를 늘 그리워했던 것 같다.

비난과 폭력과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고... 증오하고 미워하는 그런 가족이 아니라

사랑하고 안쓰러워하고 힘들 때 도와주는 가족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같이 살면서 견디어 내기 참 어려운 사람이다.

10년 넘게 떠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주면서 견디어 내 준 신랑과 시댁 가족에게 고맙다.

그렇게 화를 내고, 짜증내고, 비난하고, 울고, 힘들다 하고, 한숨 쉬는 나를... 견디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간 나도 그들을 견디어 내줄 때가 올 것이고, 그때 지금을 생각하며 잘 견디어 내주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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