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이에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참 바빴던 여름날이었습니다. 6살 딸아이는 방학을 맞이했었고 저는 프리랜서로 새로운 일을 떠맡았던 그 시점에 남편 역시 함께 바빴기에 말 그대로 온 가족이 열심히도 살았던 지난 날였습니다.
물론 불안장애를 가진 엄마로서 아니 가졌던 엄마란 표현이 더 맞을까요? 아무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엄마는 나름대로 잘 지내는 중였습니다.
몇 번 언급했던 새로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지난주 금요일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이 이야기도 곧 업로드하겠습니다) 사실 중간중간 제 마음을 어지럽게 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였습니다. 바로 그 어렵다 느낀 부분들에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것. 단순히 인간관계서 일어날 법한 일들로 치부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늘 쉽지 않았던 저에겐 그래도 눈에 보이는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일적인 부분 역시 보이는 결과만 갖고 판단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이면의 노력에 대해서 오히려 가치 있게 여기자 맘먹기도 했습니다. 참 희한한 과장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아주 잠깐 하다 끝나는 프로젝트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다해 임했고 또 그 안에서 나름의 보람 또한 느꼈기 때문였습니다. 분명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혀 일해야만 하는 이 과정을 어쩌면 약물의 도움 없이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과정은 꽤 순탄했고 지금의 자신을 격려해 줄 정도의 여유마저 생겼음에 감사했습니다.
하루는 제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 혼잣말로 시아버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표현 몇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아이가 불쑥 제게 그러더군요.
"엄마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 괜찮을 거야."
라고 말이죠. 불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내 아이에게까지 그 불안이 전해질까 전전긍긍했던 자신인데 어느덧 제 아이는 저보다 더 씩씩한 6살 언니가 되어있었습니다. 변화는 제게만 일어났던 게 아녔나 봅니다. 오랫동안 남몰래 용기를 가지려 노력했고 부딪혀가며 배워갔던 그 시간들을 아이는 묵묵히 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넬 줄도 아는 사이가 돼버린 걸 보면 말입니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의 내면은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저로 인해 자극을 받아 새로이 무언가를 도전해 본다는 언니도 있었고 또 누군가에겐 생각지 못한 사과와 겸손의 다가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관계의 회복이 필요했던 분과는 웃으며 대화도 했고 말 꺼내기 어려웠던 속마음 또한 조금은 편하게 내뱉을 수 있는 상황까지 허락되기도 했으니 말이죠. 이렇듯 자신의 변화는 주변 이들에게까지 전해지고 또 그들 역시 자신의 마음을 나눠주기에 편안해 보였습니다.
사실은 여전히 관계에 앞서선 머뭇거릴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대답하기 바빠 정작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하지 못하는 사람였기에 습관적인 주춤은 지금도 가끔씩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 피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시간이 걸릴지언정 천천히 마주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실수하게 되더라도 후회가 남을지라도 부딪히고 겪어가며 직접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 합니다. 해야 할 말을 하고 보여야 할 행동을 하며 마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나게 해야 할 순간엔 진심 어린 용기를 갖고 당당히 나아갑니다.
그렇게 다시금 무너졌던 자존감의 조각조각들이 약물의 도움 없이도 하나 둘 맞춰져 이제는 삶 속에서 균형을 이뤄가는 중인 듯합니다. 여전히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크게 겁이 나지 않음에 다행인 요즘입니다.
오늘도 그러한 삶을 살아냅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제 자신만큼은 아주 잘 알고 있겠죠.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이전의 과정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결코 잊지 않으렵니다. 그래서 오늘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루에게는 감사를 표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날마다 제게 '너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며 안부를 묻고 응원을 하고는 나름의 균형을 맞춰가는 제 자신을 더욱 사랑해 주고 응원해 줄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