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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Mar 07. 2024

불안이란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기회랄까요


 지난번 '불안'이란 소재를 갖고 글을 썼다 꽤 많은 분들의 반응을 보고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자신처럼 불안과 늘 씨름하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오늘도 전 불안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해 새로운 적응기간을 가고 있는 요즘 가기 싫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찮다가도 불안이 엄습할 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불안의 감정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과 아이의 감정은 어떨지 몰라도 엄마란 자신의 감정 즉 불안은 사그라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불안이란 것을 다스릴 줄 아는 조련사처럼요.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현재 장애영유아 특수교육에 대해 공부 중예요)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있어 추천할만한 행동치료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로 계속해서 부딪힐 상황에 자신의 감정을 무뎌지게 하는 법이 있습니다. 제겐 육아가 피할 수 없게 늘 마주하게 되는 상황인데요. 즉 불안이 더 큰 불안으로 커지지 않도록 되려 그 불안을 작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것 마저 불안해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작은 불안으로 만든다는 것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불안들 속에 허우적거릴 때 있겠고 열심히 싸워 작은 불안으로 만들다가도 이내 지쳐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그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살지 아니면 조금씩 밝은 빛을 따라 나오려 할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즉 상황이 바뀌길 기다리거나 불안적 요소를 없애려 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고 이제까지 보였던 태도를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은영 박사님이 한 매체서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전달은 못 하겠지만 대략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저 우리는 그 불안을 다스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불안이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테고 그러니 그 감정을 운운하며 지내기보다 당장의 해결은 없어도 그저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두 번의 경험을 지나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조금씩 제 내면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 삶 속에서 이런저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주어진 일을 해야 할 때, 사람을 상대하고 관계를 이어가야 할 때, 특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있어 자신의 감정이 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표정에서도 자신의 행동에서도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쿨한 사람인척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자유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좋게 흘러가겠지 라는 무책임의 방관자적 입장과는 달리 분명한 목표 가운데 언젠간 도달할 수 있겠지 라는 겸손하면서도 확신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자신의 감정 변화를 제 아이도 보고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엄마가 불안을 보일지 "괜찮아"라는 안정감을 줄지는 엄마 몫이 될 테니까요. 불안은 누구에게나 또 언제든 갖게 될 감정이란 걸 잘 알기에 저는 그저 이 감정 또한 잘 다스릴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불안을 주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환경도 뭐든 안전한 쪽으로 안내할테겠죠. 하지만 그렇다 해서 불안이란 감정을 들지 않게 할 수는 없듯 아이가 겪어야만 하는 당연한 감정의 불안이라면 전 차라리 겪고서 그 감정을 작게 만들어 건강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껏 자신의 감정을 나름 잘 컨트롤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자신과 닮으면서도 다른 인격체를 만나 살다 보니 생각지 못한 불안들이 쌓여갔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인 줄 알았다면 육아에 대해 고민도 했을 텐데 지금은 나라는 사람을 한 번 더 알게 되고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이 더 단단해지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감사를 넘어 진짜 삶 속에서도 그러한 삶이 될 수 있길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전 불안을 표현하는 아이 앞에서 같이 슬퍼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아이 역시 네 감정을 잘 다독이며 추스를 수 있기까지 기다려주겠다고, 시간이 지나면 네 불안 역시 조금은 작게 보일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겁내지 말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제가 서 있습니다. 결국은 불안이란 흔들바위가 이제 제게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단단해져 가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오래간만에 글로 남겨봅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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