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있게 한 것들
친구 따라 슈퍼를 갔었어
스무 살 여름방학이었지
생전 처음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어.
음료 냉장고가 앞으로 넘어져 이마를 다쳤어
겨우 3일 동안 약을 먹고 방치했지
흉터 없애는 연고를 몰랐어.
내 실수인 듯 주인에게 요구할 줄도 몰랐지.
흉터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해.
스무 살의 서투름, 억울함, 슬픔의 흔적들.
세월은 흘러가.
스무 살의 나도 흘렀어.
이제야 비로소
모자라고 부족한 내 모습도 껴안을 수 있겠어.
눈썹 흉터를 나로 인정하게 된 거야.
다시 거울 앞이야.
앞머리로 가렸던 눈썹을 바라보다
이마가 드러나게 앞머리를 잘랐어.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감추지 않을 거야.
아름답지 않아도 지금 나를 있게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