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이별 후에 알게 된 것들

by 다움

따로 또 같이 첫 문장

: 나는 그때, 미안하다는 말을 삼켰다.



나는 그때, 미안하다는 말을 삼켰다.

목 끝까지 차올라 있던 말. 그 말을 끝내 꺼내지 못했다.


그날은 너의 생일이었다.

그날따라 회의가 길어졌고, 회식이 이어졌고, 결국 너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핸드폰을 보니, 너에게서 두 통의 부재중 전화, 그리고 단 하나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괜찮아. 많이 기다리진 않았어.”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속에 담긴 온도는 너무 낮았다.

늦은 밤, 케이크 하나를 손에 든 채 홀로 카페에서 나를 기다렸단 걸, 다음 날 너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너 오기 전에 다 먹지도 못한 케이크 그냥 버리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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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너를 찾아갔다.

문 앞까지 갔지만, 차마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어둠 속에 묻힌 창문 너머 불 꺼진 너의 방이 마치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인제 그만 와도 돼.’

‘미안해’라는 말이 이토록 무거운 줄은 몰랐다.

너의 화난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 늦어버린 사과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결국은 조용히 돌아섰다.


그날 이후 우리는 멀어졌다.

너는 이유를 묻지 않았고,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무너지는 말보다, 삼켜버린 말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날 초인종을 눌렀다면,

내가 그날 “미안해”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

사과는 타이밍이라는 말을 이제는 안다.

진심도, 용기도, 늦으면 소용없다는 걸....


그날 이후, 많은 것들이 조용히 사라졌다.

너와 함께 가던 카페에 가지 않게 되었고,

사진첩 속 우리 사진은 휴지통으로 사라졌다.

SNS에서 너의 계정이 보이지 않았던 건… 누구였을까?

누군가 먼저 꺼낸 '차단'이라는 말에 상처받기 싫어서 묻지 않았다.



몇 달 후, 봄이 왔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벚꽃이 피었다.

길모퉁이 작은 서점에 들렀다가 너와 함께 읽었던 시집을 발견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걸었던 그 길에서 우연히 너를 다시 마주쳤다.

너는 누군가와 함께였다.

그 사람은 웃고 있었고,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미소에 조용히 답하고 있었다.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슬프지도, 질투 나지도 않았다.

그저, 너라는 사람을 누군가가 다시 따뜻하게 바라봐 준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아주 짧은 미소.

그 미소는 인사도, 원망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것이 지나갔다는 걸 말해주는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정말, 미안했어.”


그 후로 나는, 가끔 그 찻집에 간다.

네가 좋아하던 허브차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너와의 이별은 내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감정을 미루지 않고 꺼내는 법.

사랑이 끝나기 전에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때를 놓치지 않고 전하는 법.

한참 늦은 미안함을 삼킨 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도 이 말이 닿기를 바란다.

"괜찮아. 우리는 모두, 조금씩 배우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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