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속 조용한 빛이 되어

마음이 결국 닿는 곳

by 다움

따로 또 함께 첫 문장: 모든 진심은 결국 표류한다.


모든 진심은 결국 표류한다.

아무리 온 마음을 다해 건넨다 해도, 그 마음이 어디에 닿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끝내 알 수 없는 날들이 많다.

마음은 바람에 실려 표류하는 작은 조각배 같아서, 어느 해변에 닿을지 모른다.


나는 5살 아이들이 있는 장애통합반 교사다.

매일 아침, 느린 걸음으로 오는 아이들을 맞는다.

“오늘은 뭐 할까?”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아이, 살며시 웃는 아이.

그 작고 여린 손길에 마음이 잠시 따뜻해진다.


점심시간, 한 아이는 내 손길 없이는 숟가락을 들지 못해 조용히 도움을 기다린다.

다른 아이는 음식을 거부하며 떼를 쓰고, 고개를 돌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무겁다.

서투른 표현 속에 감춰진 두려움과 불안이 느껴져서,

조급해지지 않으려 애쓰며 천천히 다가간다.

아이의 거친 숨결에 귀 기울이고,

그 작은 몸짓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내가 대신 떠맡는 한 숟가락,

내가 받아내는 한 울음이

결국은 아이에게 닿는 다정한 손길이길 바란다.


하은이는 또 김치만 골라내 놓았다.

“하은아, 이거 먹어볼래?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당근도 있어.”

나는 조심스레 숟가락을 내밀었다.

“싫어, 난 김치만 먹을래.”

아이의 고집이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다.

“김치도 맛있지, 근데 다른 것도 조금만 먹으면 힘이 날 거야.”

나는 미소 지으며 다가갔다.

“한 입만 먹고, 맛없으면 안 먹어도 돼.”

하은이는 눈을 크게 뜨고 내 말을 들었다.

“한 입만?”

“응, 한 입만.”

나는 손가락으로 살짝 하은이 입술을 가리켰다.

조금 머뭇거리던 하은이가 천천히 숟가락을 입에 댔다.

“음. 생각보다 맛있네.”

작은 변화에 나는 살짝 웃었다.

“그렇지? 새로운 맛도 가끔은 재미있지.”

아이의 고집과 천천히 부딪히는 시간,

그 안에 담긴 작은 신뢰가 내 마음을 녹인다.

그 짧은 순간, 마음이 서로를 알아챈다.



하지만 돌봄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피로와 외로움에 가끔은 무너질 듯하지만,

내가 건넨 사랑이 흩어지고 표류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 한편이 무겁다.

그래도 나는 또다시 마음을 띄운다.

아이들이 내게 기대듯, 나도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며.


어느 날, 낮잠 시간이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조용히 내 품에 몸을 기댔다.

작고 따뜻한 숨결이 내 심장에 닿았다.

그 순간, 표류하던 마음이 마침내 조용한 해변에 닿았다는 걸 알았다.


마음이란, 이렇게 먼 길을 돌아 돌아

언젠가 맞닿는 법이라는 걸.

모든 진심은 결국 표류한다.

하지만 그중 어느 하나쯤은, 긴 여행 끝에

누군가의 하루 속 조용한 빛이 되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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