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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나를 데려간 곳 : 여기가 브런치예요?

by 페트라


몇 년 전 친구로부터 브런치를 소개받은 저는 “음. 그 것? 알지!! 카페에서 식사하는 것 아냐?”라고 답하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와의 동행은 퇴직 이후를 살아가는 페르소나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PERSONA가 되다


페르소나는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됩니다만, ‘각 분야에서 외부에 드러나는 나의 모습’ 또는 ‘나 자신이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란 뜻도 있습니다.

작년까지의 저의 페르소나는 OO직장인이었습니다만, 지금부터의 저의 그 것은 확실히 브런치 작가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퇴직 후 각종 모임에 나가면 “요즘 뭐하고 지내?”라는 물음에 스스럼없이 “브런치에서 꿈을 키워 나가고 있어”라고 대답합니다.




게다가, 글쓰기를 좋아했던 저는 ‘마감일’을 가진 사람들은 왠지 우러러보았기에 저도 ‘있어’ 보이기 위해 “나는 매주 화요일이 마감일이야”라고 자랑스레 너스레를 떱니다.

얼마 전 친구의 개업식에 ‘브런치 작가 OOO’이라는 화환을 보내기도 했고요.

이 화환을 보고 오래된 친구가 안부전화를 해오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또, 아직은 잡이 없어 명함이 없긴 합니다만, 서너 줄 이상 명함을 채울 무엇이 생긴다면 저는 당연히 첫 줄에 브런치 로고와 작가라는 것을 넣을 겁니다.




서툰 글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마는 브런치는 저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글을 탓하지 않고 많은 작가님들과 연결시켜 공감과 응원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마치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무대 위를 오르는 배우처럼,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해 주었고 나다운 삶을 살도록 밀어주었습니다.




꿈을 이어가다

어릴 적 저의 꿈은 아동문학가였습니다.

그렇지만 생활전선에서 그 꿈은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살게 되었고, 이제는 돌고 돌아 브런치에서 다시 펜을 잡았으니 궤도를 이탈한 열차가 제 궤도에 올라온 듯했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했습니다.




2025년 3월 16일 그 날은 첫 글을 발행한 날입니다.

앞으로 그 날이 되면 조용히 자축하려 합니다.

대신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3월 11일을 할 것인지, 첫 글을 발행한 날을 선택할 것인지는 정하진 않았습니다만... 하 핫




제가 글을 올릴 때마다 기존 작가님들과 이 곳을 방문하시는 독자님들은 댓글과 라이킷으로 반응해 주셨습니다.

브런치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글을 올리고 나서 라이킷이 하나, 둘 늘어나는 걸 보면 괜히 기분 좋아졌고요. 댓글이 달리면 더 신이 났습니다.

댓글에 대한 꿈도 꿉니다.

지금의 댓글에도 만족합니다마는 언젠가는 사과나무 열매처럼 댓글이 주렁주렁 열릴 날을요.




예전에는 사원증으로 나의 소속감을 확인하고 페르소나를 알려주었다면, 지금은 하트 모양 버튼이 내 사회적 존재감을 보장해 줍니다.

그리고 새벽 이른 시간에 기상하여 읽는 작가님들의 글은 저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으며 그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증거’라는 짜릿함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알차게 채워 나갑니다.




아동문학에서 에세이로, 주렁주렁 열릴 댓글을 꿈꾸며...

모두들 말하죠.

퇴직은 끝이 아니라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다시 달릴 준비를 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제2의 인생이라고...

조금은 방향을 틀었지만, 퇴직하고 나서야 어릴 적 꿈을 다시 소환하게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을까요.




인생은 참 재미있습니다.

어릴 적 꿈을 ‘연금’처럼 늦게 찾아오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여행으로, 누군가는 창업으로 취업으로, 누군가는 등산으로, 누군가는 골프로 은퇴 후의 시간을 채운다지만, 저는 브런치로 메꿔나갑니다.




저는 브런치라는 무대 위에서, 오늘도 꿈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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