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쓰기 첫 날입니다. 팩트는 저의 추석명절간 발생한 사실과 느낌을 엮어 구성하였습니다. 이름하여 ‘전국민 항암햄 보급 프로젝트’라는 에세이입니다. 아마도 실현 불가능한 사실이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며 행복한 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명절과 사랑하는 아버지의 기일이 겹치며, 저의 어머니와 형제들,그리고 딸아들과 손주까지 합해 처음 있는 4대가 모이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나왔나봅니다.
명절은 3대 혹은 4대가 행복한 날이라지요.
먼저 4대가 모이는 행사를 끝내고, 저와 딸아들 손주가 모여서 행복한 명절 연휴 2박 3일을 지냈습니다.
만남에는 먹는 얘기가 빠질 수 없지요.
저는 2박 3일 동안 그동안 참아왔던 야식으로 라면 먹기 등 묵은 숙제(?)를 했습니다.
사실 낮에야 라면을 가끔은 먹지요마는 야식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제가 라면을 흡입했다는 것은 실로 큰 결정이었습니다.
당연히 건강에야 좋지 않겠습니다만, 행복한 순간 사랑하는 저의 가족들과 함께한 온갖 야식은 해로움을 거뜬히 물리치고도 남았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햄이 항암제라면’ 하고 말이죠.
언젠가 아이들이 저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능력에 대해 물은 바 있습니다.
저는 서슴지 않고 “먹는 것이 인간의 큰 즐거움인데, 건강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전국민 항암햄 보급 프로젝트’라는 팩션을 쓰게 이끌었습니다.
자, 그럼 팩션을 꾸며갑니다.
<오늘부터 전국민께 항암햄을 보급합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초고령의 시대에 살면서 건강연령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한 때는 미식가였던 여러분이 그 좋아하는 삼겹살과 곱창전골을 외면하고, 즐겁자고 행복하자고 마시는 커피는 마카롱과 조각 케익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이내 포기하고 쓰디쓰게만 마셔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역사에 길이 남을 건강에 신경 쓰지 않고 영구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중대 발표를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바로 '전국민 항암햄 보급 프로젝트'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아니, 항암이면 항암이고, 햄이면 햄이지, 항암햄은 대체 무슨 거랍니까”, “혹시 이상한 재료들을 몰아넣고 눈가림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잔꾀 아닙니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고 지당하신 생각입니다.
하지만 상상해 보십시오. 암세포란 녀석이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지는 마법, 그것도 고단백, 고염도, 고지방의 미덕을 모두 갖춘 햄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위대한 프로젝트는 사실 한 평범한 소시지 공장 연구원 김 박사의 깊은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 “오늘도 맛있는 햄으로 하루를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건강 검진 결과지에 찍힌 '콜레스테롤 주의'라는 경고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습니다.
“왜 맛있는 것은 항상 우리 몸을 배신하는가!”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김 박사는 결심했습니다. '’세상에 유익하면서도 맛있는 햄을 만들고 말리라!‘
그리하여 김 박사는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수많은 고기와 향신료, 그리고 알 수 없는 ’K-비법 재료‘를 배합한 끝에, 드디어 기적의 햄이 탄생했습니다.
이름하여 'K-안심 항암햄'
이 햄은 특유의 쫄깃함과 감칠맛은 물론, 꾸준히 섭취하면 암세포가 스스로 퇴사 통보를 할 정도로 뛰어난 항암 효과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제 이 귀한 K-안심 항암햄을 전국민에게 보급할 차례입니다.
정부는 심사숙고 끝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각 동네 어귀에 설치된 대형 에어드롭 스테이션에서 특수 제작된 드론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햄 상자를 투하합니다.
마치 구원의 메시지처럼, 따끈따끈한 햄들이 가정으로 배달되는 것이지요. (안전상의 문제로 낙하 지점 반경 5미터 이내에는 접근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 R&D 역량을 집중 투자하여 건강에 유익한 설탕, 흰 쌀, 기름 개발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것이며 국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며 임기를 마치렵니다.
감사합니다.
그려면, 항암햄 보급이 변화시킨 국민생활을 가정해보겠습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아침 메뉴는 무조건 항암햄 볶음밥, 점심은 항암햄 샌드위치, 저녁은 항암햄 구이… 심지어 항암햄 라면, 항암햄 찌개 등 기상천외한 항암햄 요리법이 유튜브와 블로그를 장악했습니다. 급기야 “항암햄 없이는 밥 못 먹겠다”는 항암햄 금단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사회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변화였습니다.
매일 항암햄을 섭취하는 덕분인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흘렀습니다.
병원의 항암 치료실은 한산해졌고, 암 관련 전문의들은 졸지에 요리 유튜버로 전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전국 노래자랑에서는 <내 인생의 동반자, 항암햄>이라는 가사의 트로트가 연일 히트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모든 음식에 항암햄을 넣어 먹다 보니, 국민들의 평균 체중이 미미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햄이 항암이지, 다이어트가 아니니 운동도 좀 하시라”는 계몽 캠페인을 시작하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습니다.
범서기는 워낙 노잼이기 때문에 재미를 위해 일부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의 첫 팩션은 비록 저의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맛있게 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햄 한 조각이 모든 걱정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유쾌한 상상이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