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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예상문제닷

'누락'인가, '누림'인가

by 페트라

삼십사 년을 지탱해 준 직장생활에서는 입문부터 그 오랜 세월을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게 해준 바탕이 된 세 번의 시험이 있었습니다.

입사부터 진급시험 같은 것이 그 것이죠.

그 때마다 어려운 과목은 겨우 턱걸이 한 점수였을테고, 제가 자신 있는 과목은 심지어 공부한 것들만 나오는 행운을 맛보았습니다.

생각해보셨나요.

예상문제가 ‘떠억’ 하니 시험에 출제됐을 때 그 쾌감을...

우리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셨죠. “넌 시험운이 좋은 것같다”고...

예, 그랬습니다.

저는 투자나 실력 대비 성과가 높은, 인생 자체가 워낙 가성비 높은 삶이었으니까요.

시대도 잘 만났습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심지어 대학원까지 나와 박사학위를 가지고도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제가 취업할 때는 나름 호황기라 몇 군데 취업을 하여 고를 수 있는 세대였으니까요.

호황으로 대기업들이 대학 캠퍼스에 입사원서를 뿌리던 시절을 보냈고, 또 그 시절동안 토익이나 토플이란 것은 외국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보는 정도였고, 저는 겨우 학교 교정 이곳저곳에 걸린 플래카드만 보는, 나와는 상관없게 보이는 시절이었죠. 운이 좋은 세대였고, 지금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세대에게 부러움을 받는 세대였죠.

그렇지만, 부러움이란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는 취업을 기준으로, 엄마들과 아빠들은 배고픔을 기준으로 부러움의 잣대를 들여댔기 때문에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거죠.

전부 자기 기준때문입니다.

인식의 불행에서 탈출하려면 서로의 상황에 들어가봐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게 인생이죠.

아무리 호황이라도, 어느 시대나 또는 누구나 실패와 고난은 다 있겠죠.


가왕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에는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라는 가사가 있지요.

돌이켜보면 환호의 시간도 있었지만, 시련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에야 그 시련의 시간이 그저 얘기꺼리가 되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의 아픈 기억마저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묘술이 생기는 것은 참 신비하네요.

저도 아픔과 고뇌의 시간이야 여러 번 있었지만, 여기에선 두 가지 아련한 기억만 떠올려보렵니다.


우선, 저는 어려서 95%의 확률로 죽을 병마가 재발까지 하면서 두 번이나 있었고, 살아 나더라도 95%의 확률로 장애인이 될수도 있었죠.

그렇지만 그것을 넘으니, 백혈구지수 최하에도 불구(보통 4,000~10,000이지만 저는 4,000을 수시로 밑돕니다)하고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지요.

제 나이되면 고혈압, 고지혈, 당뇨같은 생의 질을 이른바 쓰리고이자, 메이커 질환이 생깁니다만 저는 이 중 아무 것과도 친하지 않으니,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는 나날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운동을 게을리 하지는 않습니다만, 잔병치레가 유난히 많았기에, 운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건강한 저는 불가능했겠지요.


두번째로는, 조직에서 진급이 수차례 누락되었지만 그 덕에 계급정년이 있는 조직에서 8년이나 더 근무하고 60세 나이 정년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누락’인가, ‘누림’인가를 생각해볼 때 새옹지마요, 전화위복 같은 설명이 저한테 딱 들어맞았으며 그야말로 젊은 한 때를 누린 겁니다.

하나님을 믿는 저로서는 석이가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로드맵>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그 위에 올라타 그저 뚜벅뚜벅 걸어왔던 것이지요.

시련과 고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닥쳐옵니다.

이것을 끈기 있게 기다리고 이겨내어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한평생 인간의 죽음을 연구한 미국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시련을 겪는다는 것은 바닷가에 있는 자갈이 되는 것과 같다. 여기저기 다치고 멍들지만, 전보다 윤이 나고 값지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요.

어느 책인지 기억은 없지만, 오래 전 읽은 책 중에 “인생은 너에게 온갖 종류의 흙을 퍼부을 것이다. 그 흙을 털어버리고 그 위로 한 걸음 더 올라서라”고 쓰였던 글도 생각납니다.


시련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기다림으로 이겨내어 파이팅하는 것!

이 것이 인생에서 예상문제 풀이가 아닐까 합니다.

저의 남은 예상문제는 건강유지입니다.

건강하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분이 아는 예상문제입니다만, 실천이 더 문제인거죠.


적정한 운동과 균형잡힌 섭생으로 깨끗한 피가 내 몸에 잘 흐르게 해야죠.

그런데도 먹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뭘 먹느냐가 중요하기보다 뭘 안 먹느냐가 중요하지요.


또, ‘걸살누죽’·‘步生臥死’라는데 걸어야지요, 그리고 움직여야지요.

알아야 면장을 한다지요!

‘免面牆’은 담장을 마주 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지요.

벽에 막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까요

나이에 따라 조금씩 막히고 있는 심혈관이라도 뚫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지필고사는 다 끝났습니다.

남은 예상문제는 건강 관리입니다.

하루 만 보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하루 만 보가 아니어도 꾸준히 움직이라는 것입니다.


비용 없이, 언제 어디서나, 둘이서도 혼자서도 가능한, 운동의 난이도가 낮은, 자연을 둘러보며 함께할 수 있는, 음악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저는 오늘도 예상문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에 대한 답도 압니다.

그 답을 구할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꾸준함이 계속 주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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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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