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끔은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아... 오늘 진짜 고되다. 날씨도 춥고... 하, 엄마 밥 먹고 싶다. 우리 엄마 김치찌개 진짜 맛있는데..."
어제 친구들과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사는 공간에서 버티며 사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안 그래도 하 수상한 시절에 다들 참 많이 힘들어하는구나, 세상 그 어떤 나라보다 경쟁 치열한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구나 싶어서요.
글쓰기나 독서가 무언가를 해내는 '생산적인 승화'라고 하면, 오늘은 그보다 더 깊은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받아주는 근원적인 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해요.
우리는 하루 종일 '페르소나(Persona)'라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삽니다. 싫어도 웃어야 하고, 울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하고요. 그렇게 잔뜩 긴장해서 살다 보면, 집에 와서는 참고 눌렀던 것들이 툭 터질 때가 있죠.
이때 우리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심리적 후퇴', 즉 '안전한 베이스캠프로 복귀'하는 것을 선택하지요. 이것을 ‘퇴행(Regression)’이라고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남편이나 아내에게, 혹은 애인에게 달려가 안기며 혀 짧은 소리로 "나 오늘 너~무 힘들었쪄~~"라고 말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밖에선 점잖은 어른이 유치한 아이가 되는 순간이요.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나를 받아주는 사람 앞에서 무거운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잠시 어리광 부리며 숨을 고르는 아주 본능적인 치유 과정이랍니다. 이때 호흡과 맥박이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몰라요.
위니코트(Donald Winnicott)는 "인간은 놀이 안에서만 창조적일 수 있다"라고 했어요. 건강한 퇴행 안에서 세상 근심 잊고 아이처럼 푹 쉬어야, 내일 다시 가면을 쓰고 나갈 힘이 생기는 법이거든요.
오늘은 불금! 내가 편안히 쉴 수 있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은 어디일까요?
커튼치고 이불속에서 넷플릭스만 보고 계신다고요? 자책하지 마세요.
그만큼 밖에서 에너지를 치열하게 쓰셨다는 증거니까요. 그래도 몸 생각해서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이라도 해주시면 금상첨화겠지요?
산책 후엔 엄마가 좋아하시는 거 하나 사들고, 엄마 밥 드시러 가세요.
김치찌개 한 숟가락에 울컥, 긴장으로 굳어있던 내 마음이 사르르 녹을 거예요.
(*여기서 '엄마'는 상징적 대상을 의미해요. 꼭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누군가, 혹은 스스로에게 엄마가 되어주어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