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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해월 May 13. 2024

우리의 삶은 영화다.

장편독립영화 제작기...

 작년부터 6개월간 준비했던 영화의 촬영이 겨우 2회차 남았다.  시간 준비했던 만큼,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 부담감이 함께였지만, 그럼에도 많은 순간이 설렜고,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다짐은 '플랜 B"를 슬기롭게 받아들이자! 였다.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수 많은 변수와에 싸움이기도 하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갑자기 뒷통수를 치고,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은 빠르게 앞통수를 친다. 이 모든 변수와 갑작스러운 변동 사항에도 무너지지 않고 조금은 고집스럽게 나아가는 게 감독의 역할이기도 하다. 


 영화 촬영을 하지 않는 날에는 영화관을 가거나 책을 읽는다. 사실 나는 영화보다는 책을 더 사랑하는 편이긴 하다. 친절한 지혜를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ㅎㅎ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는 류시화 작가님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책을 성경책처럼 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멘탈을 책임졌던 파트는 바로, "플랜 B"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삶에서 계획하는 것은 플랜 A, 그리고 내가 아닌 신이 계획하는 나의 삶은 플랜 B.

만약 우리가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큰 변수를 만나게 된다면, 그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신의 계획인 플랜 B가 실행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앞으로 나의 계획이 틀어졌을때, 그 이후에 맞이하는 새로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영화를 촬영하다가 배우가 교체된 적도 있고, 촬영 하루 전 날 촬영감독님이 다음 날 촬영이 안된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고, 당일에 소품이 없는건 자연스럽고, 갑자기 비가 와서 취소되기도 하고, 계약서를 잘 못써서 낭패를 보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변수들을 겪었다. 이상하게 영화만 찍으려고 하면 일어나는 모든 변수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스트레스에 발버둥을 칠 때도 있었지만, 이번에 모든 변수들을 겪으며 "결국엔 모든 것이 좋은 일"이라는 데이터가 쌓였다. 


 나를 무너지게 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사실은 내가 무너지지 않게 나를 훈련시키는 상황이었다는 거,  나를 겨냥한 스나이퍼라고 생각했던 악당들이 사실은 나를 한 차원 더 성장시키기 위한 선생님이었다는 것. "좋은 게 좋은거지"라는 말은 어느정도 맞지만, 그렇다고 나쁜게 나쁜거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찌보면 나빠보이는 상황이, 나를 우물 안에서 꺼내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돈으로는 절대 사지 못 할 큰 교훈을 얻기도 한다. 


사실 영화를 찍으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 영화보다도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영화 같고 재밌다는 생각이었다. 감동도, 두려움도, 재미도, 모든 장르를 뛰어넘어 나를 감동시키곤 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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