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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크무슈 Feb 20. 2024

덕업일치에 관한 단상

덕업일치에 관한 단상


첫 회사에서 5년을 일했다. 만 4년이 다 되어 가던 날, '어쩔 수 없이 남은 인생은 일하며 살 수밖에 없겠다'는 사실을 느닷없이 받아들인 순간이 있었다. 그건 결심이 아니었다. 일종의 회의감이자, 체념이었지. 사업할 용기가 없어서, 장사를 할 만큼 똑똑하지 않아서,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 이름으로 된 건물이 없어서, 장롱 어딘가에 3억씩 들어있지 않아서, 


무엇보다 회사원이 아닌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서.


체념은 딱히 고통스럽지 않았다. 대부분 회사원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까. 군중 속 일인이 되는 것쯤이야, 지금까지 늘 내 포지션이었다. 엄마는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에 나와 앉은 사람들이 많다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에 감사하라며 명절 때마다 말했다. 난 힘들다고,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 내 얼굴이 그렇게 죽상이었나 보다.


과연 이 정해진 쳇바퀴에서 더 나은 삶이란 존재할까.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며 되묻는 질문이 되었다. 열심히 일해서 임원이 되는 것. 평사원으로 조용히 묻어가는 것(오히려 이 쪽에 가깝다). 아니면 돈 많은 아내를 만나는 것(이것도 좋다). 사실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것'만큼 괜찮은 선택지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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