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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Nov 01. 2021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의 특징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오늘은 아주 솔직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체 이 사람은 이 정도 이해력으로 회사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이때 나이와 경력, 학력, 직급 등은 전혀 관계가 없다. 함께 일하는 동안 답답하다 못해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 적, 다들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살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로부터 이런 유형의 사람을 여럿 만나보았으며, 나보다 아랫 직급인 경우도 혹은 윗 직급인 경우도 있었다. 아랫 직급으로 만났을 땐 일복이 배로 늘었고, 윗 직급으로 만났을 땐 일복이 배로 늘어남과 동시에 업무 방향도 산으로 가곤 했다.


성격 파탄 원인의 지분율 90% 이상을 자랑하는 분들이다.


속이 터질 때마다 하던 말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 수 있지?"(물론 하나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속담이 있을 정도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참 많다는 거겠지 싶어 이번 기회에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특징을 나름 정리해보았다.


※ 혹시나 해서 미리 덧붙여두자면, 내 능력이나 경력이 엄청나서 다른 사람들을 낮게 보고 쓰는 글은 절대 아니다. 정말 피땀 눈물 흘린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이야기임을 양해 바란다.


그리고 원활한 설명을 위해 편의상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특징을 '하알둘모 유형'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워낙 방대한 유형이다 보니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댓글로 도움 주시길!




특징 하나, 상황의 본질이 아닌 표면만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 중 대표적인 한 가지로 꼽는 것이 있다. 바로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이 일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태도이다. 


그것은 곧 업무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의미와 같다. 일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그렇기에 일의 배경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라면 수단과 방법 역시 제대로 실행될 리가 없다.


말은 어렵지만 실제 과정은 거창하지 않다. 해야 하는 업무의 히스토리 정도는 제대로 알고 하라는 뜻이다. 사실 이는 경험이 쌓이고 일이 손에 익을수록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므로, 꼭 일잘러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보통의 직장인들은 이것을 충실하게 해낸다.


그런데, 하알둘모 유형의 사람은 대부분 본질에 관심이 없다. 더 나아가 본질이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에 더 가까울까...? 아무튼 핵심을 짚지 못한다.

하알둘모 유형: 아, 복잡한 거 머리 아파. 어쨌든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동료: ...으느으(아니야)


당연하게도 이들은 본인이 하는 일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쇄작용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굉장한 고통을 선사할 확률이 높다. 


내가 유독 일복이 많다고 느끼는 분들은 주변에 하알둘모 유형의 동료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일복이 많다는 건, 곧 일을 나누어 질 수 있는 동료복이 없다는 말임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또한, 하알둘모 유형의 사람은 업무 응용력이 떨어진다.


'응용'의 사전적 의미: 
이론이나, 이미 얻은 지식을 구체적인 개개의 사례나 다른 분야의 일에 적용시켜 이용하는 것.

우선 지난 경험에서 요점을 뽑아내 이론화, 지식화하는 단계를 거치지 못한다. 때문에 맥락이 같은 상황이 재발생하더라도 전혀 다른 경우로 인식하게 된다. 매우 단순화한 예를 들자면,


A는 퇴근 후에 치킨을 사 왔다.

A는 일을 마친 뒤 통닭을 포장해왔다.


위 두 문장에서 실제로 A가 한 행동은 동일하다. 하지만, 하알둘모 유형은 둘이 서로 다른 경우라고 말한다. 왜냐? 사용한 단어가 정확히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들리겠지만, 하알둘모 유형의 사람은 글의 뜻(본질 or 핵심)을 파악하지 않고 단어(표면)에 매몰되어 매사를 남들과는 다른 포인트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특징 둘, 답정너 경향이 강하다

*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직관에 의존하며 자기 확신이 강한 타입이 많다. 열정 넘치고 추진력이 좋은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보인다. 이미 본인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기에 다른 의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듣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실은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속으로 받아칠 말만 생각한다.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가 굉장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상대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경험적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해도, 하알둘모 유형은 이미 본인의 직관에 대해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대체 왜?

하알둘모 유형: 거부는 거부한다. 반박은 반박한다. 

동료: ... (논리적 대화 불가)


이런 유형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도 그 원인을 남에게서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실책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낭비를 일으킨다.




내가 아직 학생이던 시절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글이 있다. 일명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아래 사진 기준 오른쪽에 주차한 차량의 운전자는 기둥에 막혀 어떻게 내리느냐는 댓글을 시작으로, 상황을 정말로 이해 못한 사람과 웃기고자 하는 사람의 댓글로 만선을 이뤘던 글이다.


사진 출처: 오늘의유머 글 원본,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7482


당시의 나는 한참을 웃으며 '정말 기둥 뒤에 공간 있다는 말을 이해 못해서 저런 댓글을 단 걸까? 웃기려고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겠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수많은 댓글 중엔 진심으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도 꽤나 있을 거란 걸.


그리고 바란다. 


나의 동료는 기둥 뒤에 공간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기를. 제발.






Photo by Egor Myzn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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