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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Nov 26. 2023

안 하던 것을 찾아 해 보았다

꾸준하게 한번 살아보겠다고 이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한 지도 벌써 4주째. 그래서 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냐고? 어디선가 본 글에서 꾸준함은 복리와 같다고 했는데, 그렇담 난 아무래도 마이너스 금리 상품에 가입한 것 같다.


지긋지긋한 작심삼일 병을 청산하기 위해 야심차게 연재형 브런치 북을 골랐으나 역시 해묵은 습관을 멀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에서는 그리 안 가는 시간이 연재일에는 왜 적용이 안되는지,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일요일이 돌아와 있다.


그나마 '약속을 지키는 것'에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연재형으로 작성한다면 어떻게든 한 주에 한 번은 반드시 글을 쓸 것 같았다. 물론 스트레스는 조금 받지만 이 정도의 압박감도 견디지 못하는 30대 성인을 어디다가 써먹겠냐는 생각을 하며...


아무튼 난 J로 끝나는 MBTI가 무색할 만큼 대체로 무계획하고 충동적인 인간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 결말, 그런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당시에 쓰고 싶던 주제로 무작정 시작했다. 덕분에 매주 '이번엔 뭘 쓰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약 2시간 여의 긴 소재 방황 끝에, 이번엔 오랜 관성을 거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근의 나에 대해 써 보기로 했다.


3n년의 세월을 살아온 만큼 내게는 알게 모르게 형성된 관성들이 있다. 그리고 이는 일종의 습관과 버릇, 그리고 취향이 되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행태 역시 관성의 한 부분이기에 난 우선 사소한 것부터 거슬러가며 조금씩 균열을 내보고 싶었다.


첫 번째 시도는 '새로운 도서 장르에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살면서 책은 나름 열심히 읽었지만 대부분 소설에 편중되어 있었다(그마저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리고 그중 대체 무슨 재미로 읽는지 이해할 수 없어 손도 대지 않았던 장르는 바로 자기계발서.


정치인, 기업인 및 각종 유명인들이 관문처럼 출간하는 자기계발서에는 전혀 흥미가 가지 않았다. 남이 살아온 인생의 공식을 내게 대입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고,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결론만 가지고 잘난 체 하는 글처럼 느껴져 읽고 싶지 않았다. 열등감과 오만함이 만들어 낸 못난 관성이다.


예상보다도 훨씬 난공불락인 게으름에 위기감이 느껴질 무렵, 문득 자기계발서를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내 손으로 한 번도 골라본 적 없는 장르의 책. 읽어보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부터 관성을 대단히 깨부수는 느낌이 들었다. 구독하고 있는 이북 플랫폼에 들어가 평소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자기계발서 한 권을 골라 바로 서재에 담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서재에 담아놓고도 한동안 읽지 못했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왜 그리 어렵던지 독 묻은 책도 아닌데 읽기 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운 좋게 난 한 자리에 냉큼 앉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었는데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났다.


출근길에는 보통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창 밖을 보며 멍 때리는 시간을 갖거나, 전날 밤 졸려서 미처 끝까지 보지 못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곤 했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어렵던 읽기 버튼 누르기를 수월하게 해내고, 드디어 관성을 타파하는 독서 시간을 가졌다.


일부러 쉽게 읽히는 책을 고르기도 했지만 작가의 글 솜씨가 좋아서인지 바뀐 내 마음가짐 때문인지 생각보다도 훨씬 재밌게 읽혔다. 작가가 겪은 여러 시행착오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얻었고, 내 삶도 객관적으로 반추할 수 있어 좋았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난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자기계발서를 쓸 정도의 사람도 다 비슷한 힘듦을 겪었구나.' 하는 포인트에서 감상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별 거 아니었다.



책의 내용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그렇게 질색팔색하며 자기계발서를 읽길 거부했던 관성을 벗어나는 게 별 거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으면서 그동안은 왜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쉬웠다.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이 간단한 행위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아졌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인생의 챕터 2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용기이다.


남아있는 수많은 관성을 꾸준히 깨부수다 보면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나는 정말 몰라보게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스스로 부정할 수 있는 그런 미래의 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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