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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빛 Jul 18. 2024

새벽의 혼잣말

참을 수 없는 단어를 내뱉는 법


신랑이 곤히 잠든 새벽

그의 뒤통수에 또아리를 튼다

밤 공기 속에 숨어든

그의 냄새를 힌껏 맡고

조심스레,

들릴듯 말듯 한 소리를 낸다


(사랑해)


부끄럽지 않으려면 장난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장난스럽게 아주 작은 소리로 내뱉는다


(사랑해)


비로소 붕-뜬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한 숨을 들이마시고

사랑이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나면,


그제서야 편안한 밤이다


가끔은 내뱉고 말아야만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말들이 있다. 최근에 나에게 사랑이라는 말이 그렇다. 참으면 그 단어들이 스스로 기어오른다. 기필코 내 입으로 나올 때까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우려 모두 잠든 밤에 나즈막이 읖조린다. 그렇게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그제서야 행복하고 따뜻한 순간이 찾아 온다.

잠을 자고 있는 그의 등에서 느껴지는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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