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by 조수란

요즘, 작은 딸이 학교에서 올 때면 손에 조그마한 간식을 들고 집에 들어온다. 오늘은 누가 과자를 주었고 오늘은 누가 막대사탕을 줬다고, 집에 오자마자 긴 자랑을 늘어놓는다.


“학교에서 간식을 가져오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치.”


“그럼, 네 손에 있는 이 간식은 뭐야?”


“친구들이 줬어. 버스 안에서.”


하긴, 사회의 규칙과 법이 나왔어도 많은 사람들이, 규칙을 어기고 법을 위반하는데, 자유분방한 아이들이 가만히 믿고 따르기만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그만 풋 하고 웃어버렸다.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고, 선생님 몰래 먹어야 더 맛있는 것처럼, 우리 어른들도 어릴 때 누구 몰래 가만히 먹는 음식이 더 맛있을 때가 있고 짜릿함을 느낄 때가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소꿉세계가 따로 있듯이, 그 속에서 나눔을 배우고, 행복을 느끼면서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낮이 있기에 밤이 존재하듯이, 가끔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고,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올 때가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작은 아이가 항상 내게 먼저 다가와 입을 연다.


오늘 학교 놀이터에서 준우가 친구들에게 푸딩을 나누어 주었는데, 자기혼자만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실로 돌아가 혼자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부모든지 마음부터 아파올 것이다. 내 아이가 나에겐 세계이자 전부가 아니었던가.


아이들이야 변덕쟁이 날씨처럼, 재밌게 놀다가 부딪치고, 싸우다가 다시 화해를 반복하면서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마음이란 게, 어디 그런가. 밖에서 상처받고 따돌림을 받을 때의 그 기분을 부모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똑같이 우울해진다. 내 분신과 같은 존재니까.


그리하여, 남한테 얻어먹으면 내 것도 줄줄 알아야 하는 아이로 키우고 가르치기 위해, 장보기에 나섰다. 마트 코너를 둘러보지만, 아이들에게 푸딩이나 껌을 사주면 목에 걸릴 위험이 있고, 초코파이를 사주면 통학 버스 안에 부스러기를 널어놓아 선생님이 불만을 하실 테고, 막대사탕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말랑말랑한 “말랑 카우” 사탕이었다. 폭신폭신 하면서도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거기에다 힘내, 파이팅이이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여러 가지 귀한 글들이 담겨져 있지 않은가.


나는 바로 장바구니에 담고, 다음날, 아이의 가방에 챙겨 넣어주었다. 학교에 가면 골고루 나누어 먹으라고 말이다. 신난 아이는 누구한테는 어떤 글이 담긴 사탕을 주겠다고 하였고, 통근버스를 타지 않는 아이는 언제 줄지를 떠올리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저녁에 둘째가 폴짝폴짝 뛰어오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는 일이 이렇게나 신나고 기분이 좋은 것을 처음 느꼈다고 했다. 친구들의 너도나도 고맙다는 인사에 기분이 좋았고, 더군다나 자신이 사탕을 주면 어떤 친구는 과자를 주고, 또 어떤 친구는 땅콩사탕을 주었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내가 예쁜 말을 하면, 그 말이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예쁜 말로 돌아오고, 내가 나쁜 말을 내뱉으면, 그 말이 씨가 되어, 언젠가 내게 다시 돌아 올 거야. 그리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림자가 되어, 있는 그대로 내게 따라 오는 것처럼, 다윤이가 친구들한테 맛있는 것을 나누어주니까, 다시 다윤이한테로 돌아오는 거야.”

“그러네, 엄마. 그게 뭐냐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헐, 대박. 잘했어. 그러네.”


이렇게 간편한 속담이 있는데도 그 동안 나는 빙빙 에둘러서 길게 늘어놓다니. 이럴 때보면 아이한테서 정말로 배울게 많은 오늘이다.

갑자기 작은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실은, 엄마 그게, 다윤이가 오늘 연지한테 사탕을 주지 않았어?”


연지라면, 작은 딸이 예전부터 싫어하는 친구인 것 같았다. 말이 너무 많고, 질투가 많은데다가 가끔은 나쁜 말도 서슴없이 하는 아이라고 하였다. 방금, 작은 딸이 하는 말을 듣고 내 아이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조금은 실망하였다.


“다윤아,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어. 이 세상에 완벽함이란 어디에도 없단다. 다윤이가 엄마, 아빠의 소중한 딸인 것처럼, 연지도 연지네 엄마아빠의 하나뿐인 공주고, 소중한 딸이야. 다윤이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탕을 주지 않으면 연지가 얼마나 속상하는지를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해보려무나.”


갑자기 아이의 두 눈이 붉어지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 미안해.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연지가 속상한 걸 충분히 알 것 같아. 왜냐하면 그때 준우가 푸딩을 나 혼자만 주지 않았을 때, 다윤이 많이 속생했어. 그러니까 내일 연지한테 사탕을 꼭 주고 싶어.”


“그래, 생각 잘했어. 잘못을 뉘우치고 깨닫는 어린이야말로 똑똑하고 착한 아이야. 만약에 다윤이가 오늘, 연지한테까지 사탕을 주고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더라면 더욱 신났을 텐데. 그치? 아무튼, 내일 연지한테 잘 말해줘.”


“응, 엄마,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은 통근버스에서 연지와의 거리가 너무 먼 것도 있었어.”


아무튼, 기나긴 인생길에서 작은 아이가 오늘 겪은 작은 경험이, 후회라는 깨달음을 통해 앞으로 더 한층 밝아지길 바란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인생이라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많은 실수와 서투름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찾아 나서고, 한 개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멀리하면서 나무처럼 조건 없이 ‘무’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의 모두는 사랑으로 빛나고 넘쳐난다. 무엇이든지 너무 잘하느라 애쓰기 않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의 흐름에 나를 맡기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비우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이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잘 살아가는 행복한 삶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과 행복은 나누어 줄수록 배로 커지는 것처럼, 항상 나로부터 시작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별것 아닌 별것으로 내 삶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내 인생의 작은 용기와 희망으로 조금씩 앞을 나아가는 것이 내 인생의 발판이 되어주고 성장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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