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와 영상통화로 따뜻한 대화를 했다. 세월이 조금씩 내게서 어머니를 빼앗아 갈 가봐,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틈만 나면 자주 전화를 걸고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엄마의 요즘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매일 통화를 하니 할 말이 별로 없다고 하시면서도 싫어하지 않으셨고, 내가 바쁜 사이 전화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걱정된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오셨다. 우리는 화면너머의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걱정해주기도 하였다.
오늘도 그렇게 한참을 통화를 하던 중에 엄마가 갑자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전화기를 들어 창문을 향해 비추어 보여주셨다.
“보이니? 저것 봐라. 바람이 얼마나 잘 들어오는지 살 것 같다.”
나는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배꼽잡고 웃느라고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거기다 엄마는 이리저리 비추시면서 잘 보이느냐고 자꾸만 물어보셨다. 나는 웃음을 가다듬고 겨우 입을 열었다.
“에 엄마, 잘 보이지는 않고, 엄마 팔만 보여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 챈 엄마는 손에 들고 있는 게 휴대폰이 아니라 조그마한 거울임을 알았다.
“푸하하하하하하. 내가 정말 요즘 자꾸 왜 이러니? 이젠 진짜 늙었다. 늙었어.”
엄마와 나는 금방 일어났던 장면을 재생하면서 눈물이 날 지경으로 웃어댔다. 그것도 손거울의 정면을 창문에 여러 번 갖다 비추시면서 자꾸만 잘 보이는지가 궁금한 엄마를 떠올리면서 배꼽잡고 쓰러졌다.
엄마가 가끔 친구들 모임에 놀러 가면 잊음이 헤픈 상황들이 많다고 하신다. 턱걸이에 한 마스크를 잊은 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찾는가 하면, 몸에 입고 있는 옷을 어디에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여기저기 찾는다고 한다. 엄마는 항상 세월이 나만 늙게 하고 우리 아이들이 나이를 먹지 말아달라고 한탄 하지만, 나야말로 시간이 우리엄마의 기억을 더는 가져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다. 그 동안 자식들을 키우느라 평생 고생해 오신 우리엄마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우리가 살던 초가집을 가끔씩 떠올린다. 네 면이 흙으로 지은 집이고 지붕이 벼 짚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창문은 유리가 아닌 비닐로 되어있으며 집안 살림은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많은 가전제품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거리가 먼 집에서 결혼생활을 하시면서 언니와 나를 잘 키우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분이시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내가 살아온 환경과 추억을 말해주면 신기한 얼굴로 쳐다보면서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다가 뭔가 문뜩 떠오르면 질문을 한다.
“엄마 때는 햄버거랑 치킨이 있었어?”
“아니, 상상도 못할 일이지. 우리 때는 입쌀도 구하기 힘들었어. 입쌀이 없을 때면 좁쌀을 먹었어. 하지만 인스턴트 음식대신 자연의 채소를 많이 먹으면서 자랐단다.”
내가 어릴 때는 냉장고가 없었기에 채소를 그날그날 먹어서 좋았고 세탁기가 없었기에 친구들이랑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했다.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도 없는 그때, 나는 하루에 여러 번의 샤워를 하고 휴대폰이 없었기에 자연에서 맘껏 뛰어다녔다. 텔레비전이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시계가 없기에 시간에 갇혀 살지 않았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아무 때나 잠을 청했다.
그러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규칙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비교가 시작되었으며, 자유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가난한 삶속에서도 언니와 나에게 조금 더 먹이고,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더 잘해주기 위해 주어진 인생을 받아들이면서 오늘까지 견뎌오셨다. 풍요로움 속에 둘러싸인 오늘 비록 살기가 좋아졌지만, 가끔은 새장에 갇힌 새가 떠오르기도 하고, 목줄에 묶여있는 강아지의 삶이 생각기도 하는 지금이다.
때론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밧줄에 묶여 있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맡고 싶지도 않는 냄새에 부족한 자신의 잘못을 눈치 채기도 하면서, 마음과 정신의 폭력에 멍든 지금의 삶이 힘들어지기만 하는 요즘이다. 오늘 비록 예전보다 잘 살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변했지만 과연 더욱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매일 얼마나 손해 볼까? 마음에 계산기를 달고 사는 세상이지 않을까 싶다. 그 속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가고 영혼이 시들어져 가기도 한다. 비움과 나눔의 책이 많이 나오긴 하였지만 실천이 부족하니 내 삶이 좋아지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요즘 내가 많이 감사하고 매일 감사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감사의 명상을 듣고 감사의 말을 하니, 정말로 감사한 일들이 생기고 뜻하지 않은 감사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감사의 일기를 꾸준히 쓰다보면 기적이 나타난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모든 부족함과 결핍은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무조건 감사하면 모든 감사함 들이 조건 없이 ‘무’조건으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