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6. 날개 없는 천사

by 조수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책 속에는 이런 글이 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이 문장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머릿속에 지식이 많이 들어있지만, 마음이 인색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아는 것이 많다 해도 이기적이고 자신만의 주장이 강하여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죽은 글을 삼킨 거나 마찬가지다. 넓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품어주고 생각하고 때론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마음 씀씀이가 고와야 모든 기가 안과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것이 돌고 돌아서 나한테 돌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다고 한다. 이 또한 마음만 있고 실천하지 않으면 그저 마음이 있는 것에만 불과하고 그치는 것뿐이다. 항상 안타깝고 안됐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면서 그저 보기만 하고 옆에서 가만히 있는 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혹시나 길가다 어떤 사건 사고가 벌어졌을 때 두려움에 떨거나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고 방관하고만 있을 뿐, 휴대폰을 손에 들고 신고를 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여기서 손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면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거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러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상황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 따뜻하고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이라고 말한다. 맘에 맞는 집을 고르기 위해 신문이나 TY의 광고에 실린 화려한 집을 보고 문의를 하고 구매를 할 의향이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의 상황을 둘러보고 근처의 여러 주민들에게서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더 좋은 선택이 된다.


십여 년 전에 내가 약을 잘 못 먹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처음엔 원인 모를 병명에 혹시라도 조그마한 희망을 품고 엄마는 의학에 대해 지식이 풍부한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내 상황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보자 짐짓 모른 체를 하면서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또 평일에 마음씀씀이가 착하다고 해야 할지 헤프다고 해야 할지 성격이 통쾌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동정심이 강하고 마음으로 뭐든지 잘해준다. 하지만 정작 다른 친구가 자신보다 유명해지거나 잘나간다 싶으면 시기와 질투로 마음을 차갑게 닫아버린다. 알고 보니 자신보다 불행하고 힘든 사람들한테만 정이 가는 아이인 것 같았다.

유튜브 귓전명상 채환TV에서 본,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불행하고 괴롭고 고민하고 어렵고 불평불만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데 어찌 내가 행복할 수 있으랴. 매번 불만과 비교와 질투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으니 내 인생이 항상 노엽고 슬픔과 미움과 불평불만의 주파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가 행복을 바란다면 지금 내안의 비교와 불만, 불평대신 감사한 생각을 마음속에 채워야 한다.’ 고 하였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것이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주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을 이루어낼 방법과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석처럼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내가 그때 약을 잘 못 먹고 죽음의 위기에 닥쳤을 때, 무엇보다도 가족의 든든한 사랑만이 최고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보다 손이 닿는 데까지의 관심으로 무언가를 보내주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그 와중에 많이 힘들고 바쁘면서도 병원까지 직접 발로 뛰어와서 걱정해준 몇몇 사람들에게야말로 진심으로 된 감동의 순간을 느꼈다.


그 동안 우리는 뜻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위기일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가족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코로나는 대재앙이고 소리 없는 전쟁이다. 코로나는 철창이 없는 감옥을 연상 하게하였고 무기 없는 전쟁을 떠오르게 하였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멈추게 하고 많은 것을 빼앗아 가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세상에서 돈보다 건강이 제일이고 유일하고 돈을 주고 수많은 것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지난 시절의 별것 아닌 것 같은 순간들이 그리워지고 소중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사소한 장면들이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사랑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가 살다보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생각지 못했던 지각변동이나 전염병 자연재해 교통사고 등 수많은 위기들이 항상 존재한다. 때문에 세상을 탓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고 대처해 나가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위기에 닥쳤을 때, 병원 간호사들과 방역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뛰면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냈다. 코로나와 묵묵히 사투를 벌여 자신의 모든 힘을 쏟고 있는 날개 없는 천사들의 불타는 열정과 용감한 희생정신에 항상 응원과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때문에 말보다 행동이 낫고 행동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리고 직접 발품을 팔아 부딪치고 느끼고 경험하고 익혀가면서 소중한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다.


바깥세상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그 속에 휩싸이거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의 의식을 알아차리면서 필요한 정리정돈을 제때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생각이던 관계이던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던 집안의 모든 처소를, 청소와 함께 내 주위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내 삶을 가볍게 살아내는 것이 나를 위한, 나에 대한, 나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몸과 마음을 비우고 나를 위해 가볍게 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55. 가까이 ‘보다’ 조금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