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춘 스케치 후기

by 도라지

독자님들께 고백드린다. 아무 준비도 대책도 없이, 이 소설을 시작했다. 나의 여고 시절 중 가장 빛났던 고3 시절을 글에 담아보고 싶어서,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몇 회까지 써야겠다는 계획도 시놉시스도 없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 앞으로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 나조차 모르는 상황이니, 글의 제목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글 속에 등장하는 삼형제와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던 여자애 세명을 따서, 무작정 <여자 셋, 남자 셋>으로 제목을 붙이고 글을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여자 셋, 남자 셋>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3 시절에 대한 가벼운 스케치 정도에 불과한 나의 글을 다시 읽으며, 20회를 쓰고 부랴부랴 글의 제목을 바꾸었다.


글은 한 번 발표되면, 작가의 것만은 아니다. 읽는 독자의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몇 분 안 되지만 나의 소설을 매일 읽어주신 독자님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작가 멋대로 돌연 제목을 바꾼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비록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목을 <청춘 스케치>로 바꾸고 나니, 비로소 글이 제 옷을 입은 듯 내 마음이 편해졌다. 독자님들께서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써놓고 보니, 이 소설은 자전적 성장소설이 되었다. 서은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과, 그 세상 속에 들어 있는 또래의 여자 친구들, 남자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서은이는 한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한 존재가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존재를 둘러싼 주변 전체가 얼마나 부단한 정성과 노력들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아직 미숙했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내 어린 젊음의 시절에 함께 해주었던 여고 친구들 김수정, 이재일, 조영란, 송선희, 김은성 그리고 이제는 다른 여인들의 남편이 되어 감히 여기에 이름을 적기에도 조심스러운 삼형제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삼형제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글을 썼다.


유명하고 대단한 작가만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브런치에서 구독자 0의 작가로 시작했다. 그런 나의 글을 읽고 내 글의 첫 구독자가 되어주신 임세규 작가님과, 묵묵히 독자가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허접한 내 브런치 초대에 승낙해주신 지인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번 글을 통해 나는 조금 더 성장했다. 또다시 즉흥적으로 글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가 없지만,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기획하는 작가의 면모 또한 갖추려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


나는 브런치를 나의 또 하나의 학교로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자꾸만 늙어서 뭘 다시 배우려고 하지 말고, 이제껏 공부한 걸 가지고 쓸모 있게 응용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학생이고 싶다. 학생만큼 행복한 직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가 브런치를 나의 학교로 생각하는 까닭은, 스승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지금 브런치에서 자율학습 중이다. 학생이 매일같이 학교에 등교하듯, 나는 브런치에 등교한다. 브런치에 입학하고 나서,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글을 썼다.


배우는 걸 즐겨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 브런치에서 오래도록 글을 쓰게 했으면 참 좋겠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글을 쓸 수 있으면 더 좋겠다.


(2021년 10월 22일 씀)




이전 22화(소설) 청춘 스케치 22(최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