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내 운명은?

(미래의 구독자님들에게)

by 도라지

새벽에 깨어났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와 내 책상이 있는 아이들 옷방에 들어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방을 아이들 옷방이라고 해야 할지, 내 책상방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섞어서 서술할 뿐이다.


이 방에서만 바라다보이는 저쪽 어딘가엔 부모산이 있을 것이다. 아직 어두워서 방향만 짐작한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부모산 아래로 중부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라이트만 희미하게 번져나간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아침잠이 많아서, 남편이 새벽에 골프 치러 나가는 건 가급적 피하기로 합의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깬다. 화장실 다녀오는 일 때문에 깨는 것만은 아니다.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딱히 그 이유만도 아닌 거 같다.


오늘로 브런치 시작 나흘째다. 어제 사흘째 되던 날 브런치의 속사정을 조금 알게 되고, 나는 이제껏 살던 나의 삶의 방식을 또 한 번 수정했다. 브런치를 카카오 채널로 연결시켜서 외부로 노출시킨 것이다.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내게는 어마어마한 변화였다. 남편 사업을 거들면서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꿨던 해가 2015년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서도 sns를 하지 않고 살다가, 카카오톡을 개설한 것도 겨우 몇 해 전 일이다.


가급적 나의 가족과 친구 외에는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나의 태생적 기질에서 볼 때 브런치에 입문한 것도 대단한 변화지만, 카카오 채널까지 연결시켰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브런치 안에서 서로 품앗이하듯 라이킷을 건네주고 받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정말로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 구독자가 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나의 고집스러운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고집 때문에 장차 나는 구독자 0의 작가로 브런치에서의 쓸쓸한 생활을 정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거래하고 구걸하며 나의 글을 읽어달라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브런치 안에서 다른 작가들에게 받는 라이킷 대신에, 외부로 연결시켜 볼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외부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글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리라.

글은 실력 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으니까.


혹시나 하여 미래의 구독자님들에게 미리 밝힙니다. 제 글은 간혹 소설처럼 읽히는 것도 있을 수 있겠으나, 모든 글은 제 가족과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순도 백 프로의 사실에 기반하여 작성되는 글들입니다. 정확하게 표현드리자면, 신변잡기 에세이입니다.


작가 소개에 다른 소개말들을 일체 달지 않은 것은 사실 그렇게 변변한 경력이 없는 까닭도 있지만, 제 글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읽어 가시다 보면, 그 글들 속에 힌트처럼 저에 관한 소개가 자연스럽게 다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순전히 글로 만나서 좋아지는 관계인가 봅니다. 자기소개도 없이 불친절한 작가라고 지레 단정 짓지 마시고, 글을 통해 도라지라는 한 사람을 만나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글의 말미에 날짜를 기록합니다. 신변잡기 에세이라는 것이 그날의 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언제 누구를 만났고 무슨 생각들이 들었는지, 제 지나온 시간을 잘 돌아볼 수 있을 거 같아서입니다.


브런치에 들어오면서 제게 목적이 하나 있었다면, 솔직하게 글 쓰는 사람으로 건강한 날까지 그렇게 살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저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브런치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2021년 9월 9일 새벽 씀)


keyword
이전 09화언어의 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