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16

딸과의 단둘이 유럽 여행이라니

by 갈휘연

언젠가 아는 분이 딸이 16살이 됐을 때 단둘이 파리에서 Sweet 16을 같이 보내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참 멋지고 좋은 아이디어구나’했었다.

하지만 그걸 나도 실행에 옮기기엔 아이의 16세까지 시간이 너무 멀기도 했고 당시에는 애들이 어려 애 셋과 매일이 전쟁이라 그 생각을 묵혀두고 있기만 했었다.


Sweet 16은 북미의 문화다.

16세가 되면 “준성인”으로서의 새로운 막을 시작할 수 있다고 여겨져 온 듯하다.

그래서 16세 생일을 좀 특별하게 성대하게 치러주는 “준성인식“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올해는 딸이 16살이 되는 해다.

하지만 그 사실이 “Sweet 16 Trip”까지 닿아 싸이렌을 울리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멜이 하나 왔다.

내년 3월, 봄방학 바로 전에 Mini School 아이들을 모아 유럽으로 field trip을 할 예정이니

원하는 사람은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Mini School이란 Vacouver School Board에서 운영하는 재능특화반쯤 된다.

Mini School을 운영하는 학교마다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Fine Art, Core Academics, Computer Programming, Athletic 등등.

딸이 6학년쯤 Visual Art로 Mini School에 지원하고 싶다고 해서 미술 학원 알아보고 몇 개월 보냈더니 덜컥 붙어 내내 자랑스러웠다.


그런 아이가 이제 10학년, 16살이 됐고,

“Sweet 16 trip to Paris”라는 묵혀 둔 기억을 끄집어낸 이멜까지.

이거슨! 이제 좀 여행지 선택할 때 북미에서 해방되어 유럽으로 눈을 돌리라는 우주의 calling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녀가 ‘그냥 학교 프로그램으로 가고 싶어요!’ 한다면 우주의 calling이고 나발이고 그것으로 상황 종료.


하지만 역시 나의 우주는 다 계획이 있었으니,

내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딸은 고맙게도

“난 엄마랑 갈래! 갔다 온 언니들 얘기 들으니까 accommodation도 형편없고 제일 맛있던 게 맥도날드였데.”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점점 나의 원대한 상상과 계획은 현실화의 문턱에 올라섰다.




나는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의 백미는 여행 가기 전 설레임이라고 단언한다.


여행 일정을 상상하며 준비하는 과정이 주는 설레임에 원하는 최상의 코스를 계획한 버짓 안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일의 조합은 control freak인 나에게 최고의 유희가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가는 일정을 보니 봄방학 전 일주일로 잡아 학교를 거의 열흘 빼먹는 일정.

하지만 내년 3월이면 딸은 11학년.

대학 가는 성적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열흘 결석이라니!


그리하여 봄방학 중으로 일정을 잡고 루트를 짰다.

학교는 런던-파리를 중심으로 잡은 모양.


그렇다면 우리는 특별히 Sweet 16 기념이니 더 특별하게!

주변에 조언을 얻어 Art Kid인 딸 맞춤형으로 암스테르담과 브뤼셀을 추가했다.

결론적으로 밴쿠버 출발-암스테르담 3일-브뤼셀 하루-파리 4일-런던 하루 일정으로 잡았다.


그렇게 모든 세팅을 한 한 달 전에 끝냈는데 며칠 전 비행기 노선이 갑자기 캔슬되는 이벤트 덕분에 밴쿠버 돌아오는 날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들르는 것으로 조정했다.

언젠가 한국 예능에서 본,

꼭 지구상에 존재하는 게 아닌 듯한 묘한 분위기의 Blue Lagoon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Blue Lagoon에서 스파를 하는 것을 추가하여 여행의 끝맺음을 하는 것으로 훌륭하게 일정 계획과 호텔과 동선 모두 세팅을 마쳤다.


며칠을 고민고민하며 정성으로 짠 계획이 더욱 빛나도록,

“부디” 더 이상의 드라마가 없기를

그리고 열흘동안 “부디” 싸우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