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생존일 때

그런 시기

by 낮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게 고작 생존해 있는 거다. 버티는 것보다 더 해야 삶을 살 수 있는데 말이야. 남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창의적이고, 나아가는 것 같다. 반면 난 멈춰있다. 발에서 뿌리가 나온 것처럼. 몸도 정신도 무얼 일으킬 수가 없다. 부정적인 생각에 언제나 휩싸여 있고 돌봐야 할 것들은 방치되어 있다.

KakaoTalk_20250621_155204198.jpg

언제부터였나? 다섯이서 함께 하던 프로젝트에서 둘이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지만, 그 프로젝트를 위해 나는 소중하고 아끼던 것들을 떠나 낯선 지역으로 삶터를 옮겼다. 그런데 그 이후로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의 유일한 친구인 두 동료가 단체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이 지역을 떠나겠다는 것도 단체와 연을 끊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사가 바보같은 선택이 아니었을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간 안 보였던 혹은 보지 않으려고 했던 '두고 온 것'들이, '놓친 것'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망이라는 마음이 씨앗으로 뿌려졌다. 그 씨앗은 무섭다. 원망의 끝이 무언지 봐왔으니까, 그 씨앗을 동결시키려고 애쓴다. 절대 그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이제 이곳에 난 정말 혼자가 될까?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면 되겠지만 해가 갈수록 새로운 사람과 마음을 열고 관계 맺는 것이 어렵다. 이미 몇 년씩 된 관계들이 돈독한 기존 커뮤니티에 어울리려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처럼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에겐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니 기다리기로 해본다.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 공부만 생각하던 학생때처럼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은 하나만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생각에 이어 저 생각, 수많은 생각이 마구잡이로 부유한다. 이 많은 것을 감당하기에 난 너무 어린애인 것 같다. 자꾸 주위를 둘러보며 씩씩하고 즐겁게 자기 일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시무룩해지는 것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찾으려 한다. 나라는 사람이 보잘것없고 하찮게 느껴진다. 결국엔 벌인 일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도망가는 내게 다른 사람들이 실망하고 신뢰를 잃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같은 모둠원이 된 학우들에게 사과부터 하던 중학생 때처럼 의기소침해진.


그런... 그런 시기다. '시기'길.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가하면 대안이 없기에 멈출 수가 없다. 그런 탓에 '어떻게 하지?'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결국 그냥 하는 수밖엔 없다. 그래서 그냥 그 한가운데에서 기도한다. 이대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주어진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함과 지친 것을 견뎌낼 수 있는 회복력을 주세요. 진심일 수 있는 여유를, 불안해하지 않을 무게와 집중력을 주세요!

KakaoTalk_20250621_155204198_01.jpg 죽음을 선택했다는 교사들의 소식을 들으며, 내가 죽으면 내가 맡은 일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상상한다. 어떻게 채워질까? 누가 채울까?

아무튼 이번 여름과 함께 나는 그런 시기를 건너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생존하는 시기. 삶이 버거워 헐떡이는 시기. 살아있는 것 자체로 박수받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시기.

다시 한 번, '시기'길. 다시 한 번, 살자. 다시 한 번, 난 괜찮다. 괜찮을 거다!

KakaoTalk_20250621_16095713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희망 대신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