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약

교실이 무서워졌다

by 낮밤

'학교 가야지!'

월요일인 꿈을 꾸고 일어났다. 눈을 떠 보니 일요일이라서 눈물을 면했다. 브런치에 지난 글을 쓴 다음날,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느끼며 정신과를 예약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무서웠고 이걸 말할 사람은 없었다. 그럼 의사한테 말해야지.


목요일 병조퇴의 사유와 목적지를 쓸 때 나는 내심 관리자(교감)가 내가 뭔가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다. 그런데 별 말 없이 승인이 완료됐다. 승인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초진이라고 말하자 여러 가지 검사 묶음을 받았다. 내 상태가 어떠한지 고민하며 한 문제 한 문제씩 풀어나갔다. 질문 하나하나가 '너 요즘 이러지?'하며 나를 읽어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헉, 어떻게 알았어요?'하면서 체크.


검사 결과 아직 '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울이 높은 편이라고 하셨다. 속으로 이 정도가 병이 아니면 어느 정도여야 병이라고 하는 걸까 생각했다. 이것저것 나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문답이 끝나자 선생님은 약을 처방해주셨다. 약을 손에 쥐니 막막함이 좀 가시는 듯 했다. 손에 잡히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라니, 이 우울도 손에 잡히는 것처럼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알약 각각의 부작용을 알고 싶어서 첫 날에는 항우울제만, 둘째 날에는 항불안제만 먹어봤다. 위약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틀 동안 출근하는 차 안에서 훨씬 덜 떨었다. 들어가기 무섭고 위축되었던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약을 같이 먹었을 때 생겼다.


문제는 졸음이었다. 계속 졸리기만 했다. 하품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눈물이 주륵 났다. 말을 멈추기만 하면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머릿속에 구름이 낀 듯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죽음을 생각하는 정도로 고차원적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른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일도, 수업 준비도, 활동도 할 수가 없어 이건 아니다 싶어 병원 예약일 이틀 전부터 약을 먹기를 멈췄다. 병원에 가서 부작용을 설명할 작정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최선이 생존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