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부조화 속의 에로스를 찾는 애로서(曖露書)

정(情)은 늙지도 않는다는데.......

by 금삿갓

위의 대문 작품은 <공허(Vanitas)>이다. 한창 젊은 여인과 해골이 다 된 노인의 누드를 대비시켜 인생의 허무를 표현했다. 아래는 오토 딕스의 1923년 작품 <선원과 소녀(Matrose und Madchen)>이다. 퇴폐적인 분위기에서 롱부츠만 신고 발가벗은 매춘부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고, 욕망에 얼굴이 씨뻘거진 선원이 바짝 붙어서 누워있다. 여인의 허리에 감긴 손은 힘든 뱃일의 경력을 고스란히 담은 채 욕망의 이상향을 찾아서 진군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정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후 독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 경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석판화로 제작되었으며, 강렬한 색채와 대비를 통해 당시 사회의 퇴폐적인 분위기와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붉은색과 짙은 푸른색의 강렬한 대비는 불안하고 격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듯하다. 인물들의 왜곡된 형태와 과장된 표정은 당시 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드러낸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의 상흔(傷痕)과 트라우마가 지배하는 독일 사회의 혼란과 절망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는 그 절망감을 모른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개인들은 쾌락주의와 허무주의를 추구하여 각종 부조리와 모순을 잉태하는 것이다. 화가는 인물들의 단절된 관계와 불안한 표정으로 인간 소외와 상실감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필자 금삿갓도 이제 고희(古稀)를 맞았다. 늘지 않는 인간이 어디에 있으랴마는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영원한 굴레요 슬픔이다. 그의 1923년 작품 <늙은 부부(Old Couple)>이다. 어둡고 탁한 색조를 사용하여 절망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늙은 부부의 앙상한 몸과 굳은 표정으로 피폐해진 인간 삶의 모습을 표현했다. 농기구 같은 잡동사니들과 대조적으로 여인의 뒤쪽에는 하얀 휘장이 눈부시게 늘어져 있다. 사회 구조상의 갈등 양상을 보는 것 같다. 무표정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의 눈과 얼굴, 반면에 강렬한 눈빛을 쏘아내는 남성의 눈빛도 대조적이다. 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사회적 불안을 표현하고, 늙고 병든 부부가 그들의 사랑을 시도하고자 하나 성사 불가능한 상황을 통해서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로 일부 관객에게는 혐오감이나 거부감,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풍만한 여인의 알몸을 뼈만 남은 앙상한 노인이 무릎 위에 앉히고 열심히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 <불균등한 커플(Unequal Couple)>이다. 나름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휘장과 열어 놓은 창문으로 노을이 지는 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성의 열락(悅樂)을 시도하지만 노인에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비애에 젖은 찡그린 얼굴에 눈을 살짝 감고 여인의 젖무덤 아래고 지그시 고개를 묻어놓고 한탄하리라. 주황색 고급 휘장을 지르밟은 그의 발모양이 그의 상황을 더욱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반면에 몸이 달아오른 여인은 풍만한 엉덩이를 들썩이며 노인의 무릎에 자신의 소중한 그곳을 밀착시킨 채 절정을 찾아 항해를 하고 있다. 빡빡하게 성을 내고 있는 그녀의 유방과 솟아오른 젖꼭지는 도리어 노인을 몹시 경멸하는 듯 도발적이다. 하지만 노인의 독수리 발톱 같은 두 손만은 욕망의 마지막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강력하게 여인의 엉덩이와 허리를 감싸 잡았다. 불균등한 커플은 곧 불균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이 겉보기에는 매우 화려하고 화사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전혀 아니다. 그의 작품 <메트로폴리스>이다. 대도시는 두 가지 면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인간의 보금자리이다. 화려하고 밝은 불빛이 찬란한 것이 있는 이면에 어둡고 침침하고 우울한 곳도 공존한다. 거리의 여자들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어딘가로 움직인다. 일터일 수도 있고 환락을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화려한 여인들의 발치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길 위에 퍼질러 앉아서 행인들에게 한 푼의 적선을 구하려고 모자를 벗었다. 모자를 벗은 것은 권위를 벗은 것이다. 남성의 권위는 날씬한 각선미의 여인의 하이힐 뒷굽에 밟혀버린 것이다. 화려한 장식의 대리석 파사드와 건물들의 실루엣이 도시의 밝은 면을 더욱 강조하지만 뭔가 공허한 느낌이다. 고가의 숄을 걸친 여인의 상의는 그녀의 성기 모양을 닮았다. 가슴을 드러낸 여인과 성기 모습의 복장을 한 여인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명명하는 것이다. 에로티시즘과 니힐리즘이 동시에 묻어나는 묘한 감정이다.

오토 딕스의 1920년 작품 <브뤼셀 거울방의 추억(Memory of the Halls of Mirrors in Brussels)>이다. 이 작품은 술에 취한 독일군 장교와 벨기에 매춘부의 만남을 다루며, 거울에 비친 여러 모습들을 통해 현실의 왜곡과 다중성을 드러낸다. 온 방안이 조각 조각된 거울로 이루어져 있다. 비치는 각도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전쟁 후 도덕적 해이와 퇴폐적인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술 취한 군인과 매춘부의 모습은 전쟁이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군인은 또 다른 정복을 꿈꾸는 독재자의 꿈일 수 있다. 이미 점령한 여인의 가슴을 쓸어 쥐고 승리의 축배를 힘차게 들고 있으니까. 정복자는 느긋하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듯이 스스로 즐기면 된다. 샴페인 한 병과 장미꽃 한 송이가 축하를 대신한다. 여인의 허벅지를 묶은 리본은 포로의 상징일 수도 있다. 벽 모서리 거울 그림은 의외로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다. 군인의 허벅지에 앉은 여인의 풍만한 둔부가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CT나 MRI도 아닌 화가의 눈이 투시한 것일까? 거울이 아니라 모델의 뒷모습을 그리듯이.(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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