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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삿갓 漢詩工夫(250518)

by 금삿갓

過酒家(과주가) / 술집을 지나며

- 王績(왕적)


此⽇⻑昏飮

차일장혼음

●●○○●

이 날 오래도록 혼미하게 마셔도


⾮關養性靈

비관양성령

○○●●◎

정신을 수양하는 일과 관계가 없다네.


眼看⼈盡醉

안간인진취

●○○●●

눈으로 보니 남들은 모두 취해있는데


何忍獨爲醒

하인독위성

○●●○◎

어찌 차마 나 혼자만 깨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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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차일)은 是隋末衰亂之⽇也(시수말쇠란지일야)라. 昏於飮(혼어음)하여 已不堪矣(이불감의)온 何況⻑乎(하황장호)아. 正以其在此⽇也(정이기재차일야)라. ⼈性(인성)이 最靈(최령)이어늘 酒能昏之(주능혼지)하여 旣不能養性靈(기불능양성령)하니 ⼜曷爲耽之(우갈위탐지)오. 其緣故(기연고)는 在下⼆句(재하이구)하니 ⽤⾮關⼆字吸起(용비관이자흡기)라.

이 날은 수나라 말엽의 쇠란하던 시기다. 혼미하게 술을 마심으로 이미 견딜 수 없는 지경인데, 어찌 하물며 오래이겠는가? 바로 그것은 요즘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품이 가장 신령한데, 술로 능히 혼미하게 해 이미 性靈(성령)을 기를 수 없게 되었으니 또한 어찌 술을 탐닉하는 것이겠는가? 그 까닭은 아래 두 구절에 있으니, ‘⾮關(비관)’ 두 자를 사용하여 말을 일으켰다.

屈原⽈衆⼈(굴원왈중인)이 皆醉我獨醒(개취아독성)이어늘 此(차)는 郤翻案⽈不忍獨醒(각반안왈불인독성)이라하니 ⾮苟同于俗也(비구동우속야)라. 盖逃于酒(개도우주)하야. 以避亂⽽得全其⾝⽿(이피난이득전기신이)니. 此(차)는 玩世不恭之詞也(완세불공지사야)라. 傷世憂時之歎(상세우시지탄)을 無處消融(무처소융)하여 寓之酒⽽忘之⼼者⽿(우지주이망지심자이)라.

굴원이 말하기를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있고 나만 홀로 깨어 있다’고 한 것을 여기에선 도리어 그 말을 뒤집어서 ‘차마 홀로 깨어 있을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구차하게 세속에 동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마 술로 도피하여 난을 피함으로 그 몸을 온전히 얻고자 한 것일 뿐이니, 이것은 세상을 조롱하는 공손치 못한 말이다. 세상을 근심하고 시대를 걱정하는 탄식을 해소할 곳이 없어서, 술에 붙여서 잊고자 하는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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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王績(왕적, 585-644) : 중국 수(隋)-당(唐) 시대의 시인·문신. 자(字)는 무공(无功), 호는 동고자(東皐子), 강주(絳州) 용문인(龍門, 현재 산시성 허진) 문중자(⽂中⼦) 왕통(王通)의 동생. 비서성 정자(秘書省正字)·문하성 대조(⾨下省待詔) 등을 지낸 후 관직을 그만두고 노장(⽼莊)에 심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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