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는 보리 이삭이 피어서 바야흐로 푸른 보리 물결이 일렁이는 계절이다. 옛부터 이런 시기를 보릿고개 즉 맥령(麥嶺)이라 불렀다. 가을걷이한 양식이 바닥이 드러나는데, 새로운 곡식인 보리가 아직 익지 않는 시기가 가난한 서민들이 견디기 힘든 춘궁기(春窮期)이다. 보리 이삭이 나오면 그나마 반가운 것이다. 덜 익은 보리 이삭을 잘라 디딜방아로 찧어서 보리떡을 만들어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필자 금삿갓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을 하였다. 밀과 보리가 누렇게 익을 무렵이면 이삭들을 한 움큼씩 따서 모닥불에 그을려서 손바닥으로 쓱쓱 비벼서 살짝 익은 알곡을 먹느라, 온 얼굴과 입이 검정으로 물들기도 했다.
이 시의 제1구의 2번 자인 과(過)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가(家), 파(葩), 와(蛙), 화(華), 가(加)이고 마운목(麻韻目)이다. 모든 구의 평측(平仄)은 전범을 지켰고,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어려운 시어는 다음과 같다. 맥령(麥嶺)은 보릿고개이다. 택반(澤畔)은 못의 가장자리의 땅이다. 초망(草莽)은 우거진 수풀을 말한다. 영자(榮滋)는 무성하게 번성하는 것이다. 래모(來牟)는 보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