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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13. 2023

12> 漢陽村莊(한양촌장) / 한양의 시골 별장

漢詩 工夫(한시 공부)

漢陽村莊(한양촌장) / 한양의 시골 별장

- 韓宗愈(한종유) -


十里平湖細雨過

●●○○●●◎

(십리평호세우과) / 십 리 잔잔한 호수에 이슬비 지나더니


一聲長笛隔蘆花

●○○●●○◎

(일성장적격로화) / 한 가락 긴 피리 소리 갈대꽃 너머 들리네.


直將金鼎調羹手

●○○●○○●

(직장금정조갱수) / 곧바로 쇠솥에 국 끓이던 솜씨로


還把漁竿下晩沙

○●○○●●◎

(환파어간하만사) / 오히려 낚싯대 잡고 저무는 모래밭으로 내려가네.



작자(作者)가 한양부원군(漢陽府院君)에 봉해진 후에 고려(高麗) 조정에서 물러나서 한강의 저자도(樗子島)에 별장을 두고 노후를 보내면서 지은 시일 것이다. 저자도는 옥수동과 삼성동 사이 한강 가운데 있던 섬으로, 1970년대에 압구정동 일대에 고층아파트를 짓는데 이 섬의 모래를 파다 써서 섬은 사라졌다. 인생의 황혼기쯤 가을날 오후에 지난날 조정(朝廷) 일과 지금의 감흥을 읊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측기식(仄起式)으로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過(과), 花(화), 沙(사) 자로 過(과)는 歌(가) 운목(韻目)이고, 花(화)와 沙(사)는 麻(마) 운목(韻目)으로 두 운은 통운(通韻)이 된다. 이사부동(二四不同), 이륙대(二六對)가 잘 지켜진 상태이고, 기구(起句)는 정격(正格)이고, 승구(承句)의 1번 자와 3번 자, 전구(轉句)의 1번 자와 3번 자, 결구(結句)의 1번 자의 평측(平仄)이 변용(變容)된 작법(作法)이다. 村莊(촌장)은 주로 사는 집 외에 시골에 따로 장만해 두는 별장 같은 것이다. 蘆花(로화)는 가을에 피는 갈대꽃을 말한다. 金鼎調羹手(금정조갱수)는 은(殷) 나라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을 정승으로 임명하면서 “국을 끓이면 너를 소금과 매실(鹽梅)로 삼아 국 맛을 조화(調和)시키겠다.”라고 한 고사(故事)에서 연유하였다. 이 말은 정승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솜씨란 뜻이다. 漁竿(어간)은 낚싯대이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고려 정승 한종유(韓宗愈)는 어렸을 때에, 방탕불기(放蕩不羈)하여 수십 명과 무리를 짜고 언제나 무당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데에 가서 음식을 빼앗아 취하도록 포식(飽食)하고는 손뼉을 치며 양화(楊花) 노래를 부르니, 그때 사람들이 양화도(楊花徒)라고 불렀다. 일찍이 공은 양손에 칠을 하고 밤에 남의 집 빈소(殯所)로 들어갔다. 그 집 부인이 빈전(殯前)에 와서 곡(哭)을 하는데, “임이여, 임이여, 어디로 가셨습니까.” 하자, 공이 장막 사이로 검은손을 내밀며 가는 소리로, “내 여기 있소.” 하니, 부인은 놀랍고 무서워 달아나고, 공은 제상(祭床)에 차려놓은 것을 모두 가지고 돌아오는 이런 미친 행동이 많았다. 상국(相國)이 되어 공명(功名)과 사업이 당세(當世)에 빛나고, 만년에는 물러나 고향에서 노년을 보냈는데 지금의 한강 상류의 저자도(樗子島)이다.


★ 한종유(韓宗愈, 1287~1354) : 충숙·충혜·충목왕 때 벼슬을 한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호는 복재(復齋), 시호는 문절공(文節公)이고, 본관은 청주로, 한양에서 태어났다. 심왕 왕고(瀋王 王暠)의 무고로 사촌 충숙왕(忠肅王)이 원나라로 불려 가 유폐되자, 한종유는 이조년(李兆年)과 함께 왕의 환국을 요청하는 글을 원나라에 올렸다. 왕이 귀국한 후 그 공을 인정받아 좌부대언(左副代言)에 임명되었다. 충혜왕(忠惠王) 때 조적이 왕고와 난을 일으키는데, 한종유, 김륜 등이 이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이후 원나라에 끌려간 충혜왕을 변호하러 시종의 신분으로 같이 원나라 조정에 가서 그를 변호한다. 이로 인해 그는 공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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