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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마르세유에서 자고 나니 사건이 터졌다.

자동차 타이어 펑크를 수리하다.

by 금삿갓

가난한 여행객이 장기간 여행하다 보니 몸은 피곤해도 호화스러운 숙소를 잡아 묵을 수도 없다. 반바지에 배낭 메고 럭셔리 호텔을 기웃거리는 것도 꼴불견이고 아예 저렴한 호텔을 찾아다닌다. 물론 산티아고 순례 중에는 당연히 알베르게의 공동 도미토리에서 합숙을 했지만, 포루투, 리스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게스트 하우스나 도미토리를 잡았다. 이젠 자동차를 렌트한 한 마당에 도미토리를 잡기가 민망해진다. 그래서 호텔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 유럽의 하절기 성수기 방값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프랑스나 영국, 스위스 등은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운전하는 와중에 구굴지도를 통해서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더라도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찾아서 예약한다. 물로 자동차가 있으니 이동은 자유로우니까 위치나 거리는 별 문제가 없다. 마르세유에서도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지역을 찾아서 정했다. L’eau des Collines Hotel이다. 마르세유에서 툴롱(Toulon)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다. 2인실이 1박에 68유로로 저렴했다. 허름한 시설의 호텔이지만 알베르게의 다인실에 비하면 특급 호텔 같다. 두 사람만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인가.

간만에 장시간 운전을 했더니 피곤해서 아침 늦게까지 퍼져 잤다. 일어나서 조식을 해결하고 차량을 점검하러 나왔다. 어젯밤에 아비뇽에서 무언가 타이어에 손상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의 앞 타이어가 깊게 손상이 되어 있었다. 못이 박혀 공기압이 떨어졌다면 펑크를 때우면 되겠지만 이건 상태가 심각하다. 타이어 밑면이 문제가 아니라 타이어 옆면을 칼로 찌른 것처럼 깊게 파였다. 다행히 펑크는 나지 않아서 공기압은 유지되어서 밤늦게 호텔까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상태로 보아서 이대로 계속 주행하다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펑크가 나면 전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는데 차량까지 속을 썩이니 영 마음이 불편하다. 마르세유 시내를 돌면서 차량 수리센터를 찾았다. 가는 곳마다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고, 가격이 400유로란다. 이건 뭐 어리바리한 서울 촌놈을 상대로 한몫을 잡겠다고 가격을 부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옛날 파리에 출장 왔을 때 특파원으로 와 있던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있다. 프랑스 엔지니어들 곤조(根性)가 말이 아니라고. 돈도 돈이지만 수리하는데 시간이 막무가내로 소요된다고 했다.

이 정도에 굴할 금삿갓이 아니다. 방도를 찾아야 했다. 바로 정비소로 가면 뒤통수를 치거나 눈퉁이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가지 꾀를 내 보았다. 어제 하루 종일 운향해서 일단 기름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약간 한적한 주유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셀프로 주유를 하지 않고 종업원에게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하고, 기름을 가득 채운 후에 커피 한잔을 뽑아서 그와 함께 마시면서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가 차량의 타이어를 살펴보더니 자기가 아는 정비소를 소개해 준단다. 금삿갓이 이 차는 내 차가 아니고 빌린 것이고, 보름동안 차가 굴러만 가면 중고 타이어도 좋으니 가장 싼 가격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 알려 주고 전화를 해 주었다. 그 정비소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중고 타이어 교환에 공임(工賃) 포함 100유로 합의하고 수선을 했다. 물론 자동차 보험을 들었지만 이를 보험 처리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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