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마음이 근심이 많아 피부로 느끼는 것이 없더라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이에 나무에 잎이 지는 것을 한번 듣고 놀라서 늦게 저물녘의 탄식이 일시에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스스로 이렇게 놀라 문득 밤중에 일어나 앉아 들으니, 이에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을바람임을 알겠노라. 가을바람이 무정하여 진정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근심스러워 죽게 만든다.
밤에 앉아 근심을 품으므로 얼굴과 구레나룻이 반드시 바뀌었을 것이므로, 내일 새벽에 거울 속을 따라서 그것을 한번 본다. 거울로 다가가 얼굴과 살쩍이 이미 늙었음을 보니 이에 저도 모르게 내 생애에 다함이 있음을 깨닫고 탄식하니, 맑은 거울 속 서리 내린 터럭이 이 그 증거로다.
* 薛稷(설직 ; 649-713) : 자(字)는 사통(嗣通), 포주 분음(蒲州 汾陰 ; 현재 산시山西 만영萬榮) 출신. 수(隨) 나라 내사시랑(內史侍郞) 설도형(薛道衡)의 증손으로, 중서령(中書令) 설원초(薛元超)의 조카이다. 벼슬길에 올라 황문시랑(黃門侍郞)·참지기무(參知機務)·태자소보(太子少保)·예부상서(禮部尙書) 등을 역임하였고, 후에 태평공주 사건에 연루되어 옥사하였다. 그의 서예는 저수량(褚遂良)을 이어받았으며, 우세남(虞世南), 구양순(歐陽詢), 저수량과 함께 "초당 4대 서예가"로 불렸다. 회화에 뛰어나 인물, 불상, 화조(花鳥에 능하며, 특히 학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