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4> 玉階怨(옥계원) / 옥섬돌의 원망

금삿갓의 漢詩工夫(250928)

by 금삿갓

玉階怨(옥계원) / 옥섬돌의 원망

- 李白(이백)


玉階生白露

옥계생백로

●○○●●

옥섬돌에 흰 이슬 내리니


夜久侵羅襪

야구침라말

●●○○◎

밤이 깊어 비단 버선에 들어오네.


却下水晶簾

각하수정렴

●●●○○

물러나 수정 발 내리고


玲瓏望秋月

영롱망추월

○○●○◎

영롱한 가을 달을 바라보노라.

달.JPG

宮人(궁인)이 望幸(망행)하야. 佇立玉階(저립옥계)하야. 不覺夜深而白露生矣(불각야심이백로생의)라. 生字有意(생자유의)라. 因羅襪之露侵而知是夜久(인라말지로침이지시야구)하야. 于是玉階(우시옥계)에 不能佇立矣(불능저립의)라.

궁궐의 여인이 임금의 총애를 바라서 대궐 안 섬돌에 우두커니 서서, 밤 깊은 줄 모르는데 흰 이슬이 생겼다 하니 ‘生’ 자에 뜻이 있다. 비단 버선에 이슬이 스며들어오므로 밤이 오랜 줄 알아, 이 섬돌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없다.

却便入室(각변입실) 而㥘寒氣之侵人故(이겁한기지침입고)로 把簾放下(파렴방하)하고, 只欲就睡(지욕취수)라가 却又不忍便睡(각우부인편수)하야. 倚着簾兒(의착렴아)하고 從簾隙中(종렴극중)하야. 望玲瓏之月則望幸之情(망영롱지월즉망행지정)이 猶不絶也(유부절야)라. 雖不言怨而字字是怨(수불언원이자자시원)이라.

문득 물러나 방에 들었으나, 찬 기운이 사람에게 스민 게 겁이 난 까닭으로 발을 잡아 내리고, 다만 잠을 이루려고 하다가 또 편히 잠자는 것을 참지 못하여 물리치고, 발에 기대어 발 사이를 좇아 영롱한 달을 바라보니, 총애를 바라는 정이 오히려 끊기지 않은 것이다. 비록 원망을 말하지 않았으나 글자 글자마다 곧 원망이다.

거문고.JPG

* 이백(李白, 701~762) : 중국 성당기(盛唐期)의 시인으로서 자는 태백(太白)이며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다. 이백은 중국의 수많은 시인 가운데 두보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되며, 오늘날 이두(李杜)라 병칭 하며 두보를 시성(詩聖),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부른다. 출생지와 혈통에 관해서는 정설이 없고 관련 기록을 참고하여 유추해 보면 수나라 말에 그의 먼 조상이 서역(西域)으로 유배되어 갔다가 당나라 신룡(神龍) 원년(705)에 그의 부친 이객(李客)이 몰래 가족들을 데리고 촉(蜀)이라는 지방의 사천성(四川省) 면주(綿州) 창명현(彰明縣) 청련향(靑蓮鄕)에 들어와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백은 서역에서 태어나 5세 때 서역에서 무역상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들어와 25세까지 20년 동안을 이곳에서 생활하였다. 청련거사라는 그의 자작호도 자신의 고향이라 여긴 청련향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호방한 성품의 이백은 학문에도 자질이 있어 부친으로부터 가학(家學) 교육받고, 일찍이 어려서부터 학문을 연마하여 다방면의 지식과 사상을 습득하였다. 이백은 지방 관리에게 자신을 천거하는 편지글에서 5세 때 60 갑자를 외웠고, 10세 때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사상을 섭렵하여 황제 헌원 이후의 일을 알고 있었다. 15세 때 기서(奇書)를 읽고 부(賦)를 지어 사마상여(司馬相如, 기원전 179~기원전 117)를 능가하였으며, 검술을 좋아하고 두루 지방 관리들을 배알 하였다고 술회하였다. 송나라 축목(祝穆)이 편찬한 『방여승람(方輿勝覽)』의 기록에 의하면 이백이 미주(眉洲)의 상이산(象耳山)에서 독서할 때 공부에 싫증을 내고 하산하다가 한 노인이 시냇물 옆 숫돌에 절구를 놓아두었는데, 이백이 노인에게 왜 그것을 갈고 있느냐고 물으니 노인이 바늘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백이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이후 학문에 계속 정진하기로 마음먹고 산으로 다시 돌아가 독서를 계속하였다고 한다. 이로부터 마저성침(磨杵針)의 고사가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백은 10대 후반에 민산(岷山)의 남쪽에서 동엄자(東嚴子)라는 은자를 스승으로 도술을 배우며 세속에서 누릴 수 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동강(潼江), 지금의 재주(梓州) 부근의 산에서 은거하고 있는 은사 조유(趙蕤)를 방문하기도 하였는데, 그의 정치사상이 이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백이 흠모하였던 역사상 인물들은 관중(管仲), 안영(晏嬰), 악의(樂毅), 장량(張良), 제갈량(諸葛亮), 소진(蘇秦), 노중련(魯仲連) 등이 있다. 특히 계책에 능하고 공을 세우고도 상을 받지 않고 절개를 지킨 노중련에 대한 이백의 존경과 추종은 지대하여 여러 편의 시에서 찬양하고 있다. 노중련에 대한 이백의 각별한 존경과 숭상하는 마음은 「고풍(古風)」 제10수에 잘 나타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3> 綠水曲(녹수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