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시골 마을을 지나가거나 하룻밤을 머물기도 한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길을 걷는 지금 시기가 여름으로 치면 가장 더울 7월 말에서 8월 초순에 걸쳐 있는데, 이곳의 기온은 대낮에만 30도를 넘어가지 아침저녁으로는 한국의 늦가을 날씨이다. 아침저녁은 13~16도 정도이고 밤늦은 기간에는 10도 이하로 내려간다. 알베르게에 따라서 아예 이불을 주지 않는 곳도 있고, 이불을 주는 곳도 위생 상태가 검증이 안 되는 곳의 이불은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악명 높은 베드 버그(Bed Bugs) 때문이다. 우리로 따지면 빈대라고 하는 것인데, 이 놈의 극성과 위력이 너무 대단하여 한번 당하면 엄청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례객들은 각자 짐이 무거워도 자기 침낭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걸 덮고 잔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동반자의 짐까지 책임을 지고 걷다 보니 침낭 두 개를 한꺼번에 짊어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 하나만 갖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잠을 잘 때는 긴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자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시골 마을의 집들을 멀리서 바라보면 지붕 위로 굴뚝이 우뚝 솟아있는데, 마치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무슨 새가 한 마리씩 있는가 하고 다가가 보면 굴뚝 위에 있는 덮개를 누르는 돌덩어리다. 어떤 집은 자연석을 올려놓았고, 어떤 집은 항아리 같은 조형물, 어떤 집은 벽돌 등 다양하다. 실제 스페인 텃새인 부오(Buho) 새가 그 돌 위에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런데 굴뚝은 있는데 난방을 안 하는지 굴뚝이 깨끗하다. 산티아고 길의 마을들이 대부분 최저 해발 400~500m이고, 높은 곳은 1,000m가 넘는데 겨울이면 상당히 추울 것 같은데, 굴뚝으로 불을 지피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난방을 하는가 보다. 가끔 불을 지핀 흔적인 연기에 검게 그을린 굴뚝이 있기도 하다. 굴뚝에 연기에 그을린 것이 없으니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드나들어도 옷에 검댕이 묻지 않으니 좋겠다. 그런데 굴뚝 뚜껑을 열자면 돌덩이도 들어내야 하니 작업이 힘들까 걱정이다.
사실 스페인 북부지역에도 우리나라의 온돌 같은 난방장치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로마시대에도 우리의 온돌과 비슷한 원리의 하이포코스트(Hipocausto)가 있었다. 그리스어로 하이포(Hypo)는 아래이고, 코스트(Caust)는 태우다는 뜻이다. 즉 아래에서 불을 태워 온기를 만들어 난방을 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건물 외벽에 아궁이를 만들고, 지하공간으로 열을 전달하여 집을 데우는 방식이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글로리아(Gloria)라고 부른다. 정말인지 몰라도, 글로리는 영어로 영광이란 뜻인데, 겨울에 사람들이 추운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영광 속으로 들어가네"라며 좋아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마당 쪽 건물 외벽에 있는 아궁이 즉 보께라(Boquera)에 불을 지피면 그 열이 건물 지해 통로를 따라 지상층의 바닥과 그와 연결된 중간층의 내부 벽을 타고 열이 전달된 후에 지붕의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