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나(Viana)에서 어제 축제의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배낭을 다시 꾸려서 순례길은 나섰다. 알베르게를 나와서 순례길을 가자면 어제 축제장을 지나야 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 가는데 축제 복장을 한 사나이기 길바닥에 누워서 잠이 들어 있었다. 마치 노숙을 하고 있는 지나가는 과객 마냥 대담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어서 가까이 가서 흔들어 일으켰더니 술이 덜 깬 눈으로 왜 남의 단잠을 깨우느냐는 얼굴이다. 자더라도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일으켜 세웠더니 그제야 비틀거리면서 일어난다. 몸을 가누기가 여간 불안해 보이지 않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갈길이 바쁜데 그대를 집까지 데려다줄 수가 없는 처지다.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문제없단다. 그럼 조심해서 가거라. 나도 내 길을 가야겠다. 혹시나 해서 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언덕을 올라오니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밤새 마신 모양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내려온다. 아직까지 맥주잔을 움켜쥐고 마시면서 비틀거리는 친구도 있다. 기분이 절정이다.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제법 어른티를 내려고 야단이다. 한창때의 조선 과객의 객기를 보는 것 같아서 속이 씁쓸했다. 별로 좋은 모습도 아닌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자기들을 촬영해 보란다. 젊음은 언제나 죄가 없다. 온갖 포즈를 다 취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덕분에 그들과 사진 찍느라 한참의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출발했다. 투우 경기가 열렸던 경기장 주변은 쓰레기만 굴러다니고 썰렁했다.
소몰이 축제가 열였던 골목은 소몰이가 끝나고 밤새 먹고 마신 뒤끝이 깨끗하지 못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퀴퀴한 맥주 냄새와 지린내가 물씬거리고 올라온다. 길에는 버려진 술병과 쓰레기가 즐비하다. 많은 사람이 모였던 광자의 모습은 더 처참했다. 일요일인데도 일찍부터 시청 청소원들이 출근하여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우리나라 붉은 악마들은 거리 응원을 하고 난 후에도 깨끗하게 있던 곳을 정리하고 떠나는데, 이들도 그런 것은 좀 본받아야겠다. 스페인 와서 느끼는 건데 일반인들이 쓰레기나 특히 담배꽁초를 버리는걸 무척 자주 보았다. 골목 구석구석 담배꽁토 투성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매우 관대하고 길거리든 공원 벤치든 어디든 아주 자연스럽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다. 반면에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원들 또한 열심히 청소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자기가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한다.
골목골목에서 아침까지 퍼마신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계속 잡혀서 같이 사진을 찍느라 걸음이 늦어졌다. 이들은 항상 즐겁다. 그리고 느긋하다. 바쁜 게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