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은 벼룩을 파는 시장인가? 소를 파는 곳은 우(牛) 시장, 생선을 파는 곳은 어(魚) 시장, 옷을 파는 곳은 옷시장, 나무를 파는 곳은 묘목시장인데 벼룩시장은 왜 벼룩을 팔지도 않는데 벼룩시장일까? 칼국수에 칼이 없고, 곰탕에 곰이 없고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벼룩시장에 벼룩이 없다. 중고물품이 판매의 주된 상품이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에 버려져 있다 시피한 오래된 물건에 벼룩이 깃들어 살다가 그들도 또한 같이 딸려 나와서 팔릴지도 모르니까 벼룩이 나올 물건을 판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영어로 표현된 벼룩시장도 프리(Flea) 마켓이다. Flea는 벼룩이다. 서양에도 벼룩시장을 프리마켓(Flea Market) 또는 프리마켓(Free Market)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의 프리마켓(Free Market)은 정규시장이 아닌 임시적인 일시적인 시장을 말한다. 가라지(Garage) 마켓은 차고를 이용한 것으로 이것도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아무튼 조선 과객은 옛날 학창 시절에 술값이 늘 부족해서 청계천 헌책방을 자주 활용하였고, 황학동의 벼룩시장도 자주 돌아보곤 했다. 당시 교과서를 학교 주변 술집이나 당구장에 맡기고 술을 마시거나 당구를 친다. 처음부터 그걸 맡기고 시작하려면 주인이 승낙을 하지 않으니, 겉으로는 돈이 있는 듯 호기롭게 주문을 하고 나중에 비굴하게 뒷머리를 긁으면서 책을 맡길 수밖에 없다. 주로 많이 활용된 책이 곽윤직 교수님의 민법총칙이나 조순 교수님의 경제학원론이었다. 나름 양장판에 두껍 한 부피로 가방에 가득한 느낌이 되던 것들을 술집이나 당구장에 맡기고 나올 땐 가방이 텅 빈 것 같다. 내 마음과 양심을 맡기고 나오는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이다.
주말이라서 플라자 델 마르카르도의 넓은 광장에는 전국의 방물장수들이 다 모여서 시장을 열오 놓은 것 같다. 오래된 중고품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 물건까지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골동품 수준에 속하게 보이는 것들도 있고, 아하 이런 물건이 아직도 있구나 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순례자인 조선 과객에게는 별로 필요성이 없는 물건들이라서 지나가다가 그냥 심심풀이로 사진만 찍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