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 지 18일째 되는 날인데, 조선 과객 금삿갓의 발 상태는 이제 길에 적응되어 아프지 않고 물집도 잡히지 않는다. 말하자면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하군(Sahagun) 마을에서 깔사다 델 꼬또(Calzada del Coto) 마을까지는 4Km이고 모두 평원이다. 순례길 주변은 밀밭과 옥수수밭이 많았다. 먼저 사하군 마을 출구에 있는 세아 강(Rio Cea) 위를 지나는 깐또 다리(Puente Canto)를 건너서 순례길로 들어선다. 이 다리는 교통량이 많은 까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되고 증축되어 중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옥수수밭, 그리고 언덕 쪽으로는 포도밭이 자리 잡고 있다. 옥수수밭에는 거대한 자동 스프링클러가 수분을 공급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구조물이 양쪽에 바퀴가 있어서 옥수수 밭고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을 뿌리는 구조이다. 평원을 가로질러 난 순례길 옆에는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심어져 있어서 여름의 뜨거운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정말 고마운 나무 그늘이다.
깔사다 델 꼬또 마을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출입금지인 Coto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하군의 산 베니또회 수사들은 돼지의 먹이를 위해 근처의 떡갈나무 숲에서 도토리를 주워오곤 했는데, 이 마을에는 그런 떡갈나무 숲이 없어서 이 마을에 들어가지 말라고 꼬또(Coto) 즉 출입금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첫 번째 길은 로마 시대의 길인 트라야나 가도(Via Trajana)로 이 길은 고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녔으며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렸다.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Calzadiila de los Hermanillos), 깔사다 로마나(Cazada Romana)를 거쳐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까지 가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로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Bercianos del Real Camino),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렐리에고스(Reliegos)를 지나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까지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평지 위에 나무가 무성하여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까를로스 3세는 이 길을 ‘레알 까미노 프란세스’(Real Camino Frances)라고 명명하면서 순례자들의 이용을 독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 과객 금삿갓도 이쪽 길을 택하여 걸었다. 출입금지라는 뜻의 꼬또 마을에는 산 에스떼반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이 있다. 진흙과 벽돌을 이용해 지은 17세기의 건축물로 성당 안에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봉헌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