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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Nov 21. 2023

72) 初雪(초설) / 첫눈

漢詩習作 (231120)

初雪(초설) / 첫눈

 - 금삿갓 芸史 琴東秀 拙句(운사 금동수 졸구)


江樓初雪眺雲天

강루초설조운천

○○○●●○◎

강루의 첫눈에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니


遠出虛舟似送年

원출허주사송년

●●○○●●◎

멀리 떠나는 빈 배가 한 해를 보내는 것 같네.


造化乾坤誰作動

조화건곤수작동

●●○○○●●

하늘과 땅의 조화를 누가 작동하였나?


百神冬號素花仙

백신동호소화선

●○●●●○◎

온갖 신이 겨울을 부르니 흰 꽃 신선이로다.

절기상으로 입동(立冬)도 지났고, 11월 22일은 소설(小雪)이다. 강원도의 첫눈 소식은 진작 들었지만, 서울의 첫눈 소식을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보았다. 적은 양이지만 아파트 유리창으로 직접 보기도 했다. 기상 관측상으로 서울의 첫눈은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서울기상관측소의 관측관이 육안(肉眼)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확인해야 공식 첫눈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네 서민들은 옛날 첫사랑과 헤어질 때 첫눈이 오는 날 남산공원 벤치에서 만나자던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만 그런 만남이 잘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약속을 잊었는지 약속을 어겼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첫눈이 오는 날의 기준이 서로 달라서 만남이 어긋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여북하면 안동역 앞에서 무릎까지 차는 눈을 맞으면 기다리고 기다릴까? 이 시는 첫사랑과의 기약 같은 감회는 아니지만, 겨울이 되어 첫눈이 내리는 감회를 적어본 것이다.

기구(起句)의 2번 자 루(樓)가 평성(平聲)이어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기한 천(天), 년(年), 선(仙)이고 선운목(先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기구(起句)의 3번 자 초(初), 결구(結句)의 1번 자 백(百) 자의 평측(平仄)을 변화시켰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다. 강루(江樓)는 강가에 세워진 누각이다. 허주(虛舟)는 빈 배인데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 떠나는 모양이 별로 이룬 것도 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필자(筆者)의 마음과 같아서 표현해 본 것이다. 건곤(乾坤)은 하늘과 땅인데 우주를 포함한 온 세상이다. 소화(素花)는 흰 꽃을 말하면 눈이 와서 나뭇가지에 설화(雪花) 즉 눈꽃이 핀 모양을 나타냈다. 그 모양이 깨끗하여 신선계의 신선의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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