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11월 말에 들어와서 수은주(水銀柱)가 갑자기 떨어지고, 강한 바람과 겨울비마저 온 뒤의 주변 산을 둘러본 소회(所懷)를 읊은 것이다. 이 시의 기구(起句) 2번 자인 전(前)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기구(起句)에는 운자가 없고, ◎표기한 암(巖), 삼(衫)이고 함운목(咸韻目)이다. 기구(起句)에 운자가 없을 경우에는 평기식(平起式)이든 측기식(仄起式)이든 마지막 글자는 반드시 측성(仄聲)을 사용해야 한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기구(起句)의 1번 월(月), 승구(承句)의 1번 금(今), 결구(結句) 1번 은(隱) 자의 평측(平仄)을 변형하였다. 어려운 시어는 다음과 같다. 오채(五彩)는 다섯 가지의 빛깔이다. 성장(盛裝)은 화려하게 잘 차려입는 것을 말한다. 망(望)은 평측(平仄)을 같이 쓰는 글자이고, 멀리 바라보는 것은 망(望)이고, 가까이 바라보는 것을 조(眺)라 한다. 은연(隱然)은 겉으로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어슴푸레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군삼(裙衫)은 치마저고리이다.
늦가을까지 울긋불긋하게 단풍이 피어있던 원근의 산들의 모습을 기구에서 읊었다. 겨울 초입에 기온이 급강하하고 비바람까지 몰아치자 나뭇가지에 남아있던 마지막 잎새마저 모두 떨어지고 산은 온통 헐벗은 나무들만 있어서 흡사 바위처럼 보이는 정취이다. 겨울이 되면 온 산에 찬바람만 몰아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인적이 드문 법이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그리운 님이 몰래 찾아온 양 치마저고리를 모두 벗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