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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Dec 06. 2023

74) 殘曆(잔력) / 남은 달력

漢詩習作 (231204)

殘曆(잔력) / 남은 달력

- 금삿갓 芸史 琴東秀 拙句(운사 금동수 졸구)


惜杯飮盡欲言餘

석배음진욕언여

●○●●●○◎

아쉬운 잔은 다 마셨는데 할 말은 남아


殘曆遄過燭淚徐

잔력천과촉루서

○●○○●●◎

남은 달력 빨리 지나는데 촛농은 느리네.


往事雖佳緣易忘

왕사수가연이망

●●○○○●●

지난 일은 가연일지라도 쉽게 잊는데


歸春恐燕不知余

귀춘공연부지여

○○●●●○◎

돌아오는 봄 제비가 나를 알지 못할까 두렵네.

벌써 계묘(癸卯)년도 12월에 접어들어 달력도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뜯어서 버린 달력만큼이나 아쉬움이 남는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돌아보면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지만 한편에는 허탈하고 아쉬운 구석도 많다. 이 시는 계묘년의 막달을 보내면서 드는 감회를 읊어 본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배(杯)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여(餘), 서(徐), 여(余)이고, 어운목(魚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기구(起句)의 1번 석(惜), 승구(承句)의 1번 잔(殘) 자의 평측(平仄)을 변형하였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석배(惜杯)는 아쉬운 술잔을 말한다. 술이 부족해서 아쉬울 경우도 있지만, 이별의 잔이라서 아쉬울 수도 있다. 한 해가 가니 가는 세월과 이별이요, 술을 마시니 남은 술이 모자라 아쉬운 중의적(重意的) 표현이다. 음진(飮盡)은 모두 다 마신다는 말이다. 남겨진 것이 없다. 욕언(欲言)은 하고 싶은 말이다. 기구(起句)는 술을 다 마셔 자리를 파할 때가 되어도 할 말이 남은 아쉬움을 대비로 표현한 것이다. 잔력(殘曆)은 남은 달력이다. 천과(遄過)는 빨리 지나가는 것이다. 속(速) 자 대신 천(遄) 자를 쓴 이유는 평측(平仄)을 맞추기 위함이다. 속(速) 자를 쓰면 과(過) 자 하나만 평성이라서 벌의 허리 즉 봉요(蜂腰)가 되어 범칙(犯則)이 된다. 촉루(燭淚)는 촛불의 눈물 즉 촛농이 떨어지는 것이다. 왕사(往事)는 지난 일이다. 가연(佳緣)은 아름다운 인연이다. 귀춘(歸春)은 돌아오는 봄이다. 봄이면 제비도 돌아오기 때문에 봄과 제비 모두에 걸린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걸 잊게 되니 제비조차 몰라보고 다른 집으로 갈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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