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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Nov 23. 2023

28> 述懷(술회) / 마음속을 말함

漢詩工夫 (231122)

述懷(술회) / 마음속을 말함.

- 반아당(半啞堂) 박죽서(朴竹西)


不欲憶君自憶君

불욕억군자억군

●●●○●●◎

님 생각 않으려 해도 임 생각 절로 나네.


問君何事每相分

문군하사매상분

●○○●●○◎

임에게 묻노니 무슨 일로 늘 떨어져 있나요?


莫言靈鵲能傳喜

막언영작능전희

●○○●○○●

영험한 까치가 기쁜 소식 전한다 말하지 마오.


幾度虛驚到夕嚑

기도허경도석훈

●●○○●●◎

몇 번이나 헛되이 놀라 저녁때에 이르렀다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여류 시인이었던 반아당(半啞堂) 박죽서(朴竹西)의 심사(心思)가 잘 드러난 걸작이다.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하루해를 다 보내는 심정을 풀어놓은 것이다. 기구(起句) 2번 자인 욕(欲) 자가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기한 군(君), 분(分), 훈(曛)이고 문운목(文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기구(起句)의 3번 자 억(憶), 승구(承句)의 1번 자 문(問), 전구(轉句)의 1번 자 막(莫), 3번 자 영(靈) 자의 평측(平仄)을 변형시켰다. 신체시(新體詩) 즉 당시(唐詩)에서는 대체로 같은 글자를 중복해서 쓰는 것을 꺼리는데, 같은 구(句)에서는 중복이나 3번씩 써도 무방하게 여긴다. 즉 기구(起句)에서 ‘억군(憶君)’과 같이 두 번씩 같은 말을 써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승구(承句)에 또 ‘문군(問君)’이라고 군(君) 자를 또 쓰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술회(述懷)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불욕(不欲)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억군(憶君)은 임을 생각하는 것이다. 문군(問君)은 님이나 그대에게 묻다. 하사(何事) : 무슨 일로, 어떤 일로이다. 막언(莫言)은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영작(靈鵲)은 영특한 까치이고, 전희(傳喜)는 기쁜 소식을 전하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나 소식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기도(幾度)는 몇 번이라는 뜻이다. 허경(虛驚)은 헛되이 놀라는 것이다. 도석(到夕)은 저녁때가 되다이다. 훈(嚑)은 어슴푸레한 것을 말한다.

박죽서(朴竹西)는 박종언(朴宗彦)의 서녀(庶女)로 원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아버지로부터 소학(小學), 경사(經史), 고시(古詩)를 배웠는데, 대부분을 암송하였다고 한다. 생몰년대와 정확한 본명은 알 수 없고, 다만 호가 죽서(竹西), 반아당(半啞堂)으로 알려졌다. 반아(半啞)란 반벙어리를 나타내는 말로 여성이고, 더구나 서녀라서 세상에서 할 말도 못 하고 살아가야 하는 자기의 숙명을 자조적인 아호로 표현한 것 같다. 서녀 출신으로서 영월부사(府使) 서기보(徐箕輔)의 소실이 되어 한양으로 이거(移居) 해서 살았다. 원주 출신의 친구이며 동시대 의주부윤(義州府尹) 김덕희(金德喜)의 소실(小室)인 김금원(金錦園)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삼호정시사(三湖亭詩社)에서 같이 활동하며 많은 시를 남겼다. 당시 참여 멤버를 보면, 좌참찬을 지낸 연천(淵泉) 김이양(金履陽)의 소실인 운초(雲楚) 김부용(金芙蓉), 이조참판 화사(花史) 이정신(李鼎臣)의 소실인 김경산(金瓊山), 주천 홍태수의 소실이며 김금원의 동생인 김경춘(金瓊春), 기생 금홍(錦紅), 죽향(竹香) 등이다.

★ 박죽서(朴竹西, 생몰연대 미상) : 본관이 반남(潘南) 박(朴)씨로 호가 죽서(竹西) 또는 반아당(半啞堂)이다. 죽서는 자신의 서재 명칭이며 반아당은 ‘반벙어리’라는 의미의 겸칭이다.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태종의 1,2차 왕자의 난 공신인 박은(朴訔)의 후손 사인(士人) 박종언(朴宗彦)의 서녀이다. 영월부사(府使) 서기보(徐箕輔 1785-1870)의 소실이 되었다. 서기보의 재종 형인 서돈보(徐惇輔)의 『죽서시집(竹西詩集)』 서(序)에 의하면, 죽서는 어려서부터 영오(英悟)하여 아버지가 강습하는 것을 곁에서 들은 대로 암송하여 빠뜨림이 없었고, 자라서는 책을 좋아하여 소학·경사·옛 작가의 시문을 바느질과 함께 익혔다고 한다. 중국의 한유(韓愈)와 소동파(蘇東坡)의 영향을 받았다. 일생동안 병약했던 탓으로 시풍(詩風)이 감상적이다. 『죽서시집(竹西詩集)』은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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