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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Dec 20. 2023

31> 一村芳心(일촌방심) / 작은 꽃다운 마음

漢詩工夫 (231218)

31> 一村芳心(일촌방심) / 작은 꽃다운 마음

 - 溫亭(온정)


紫燕辭巢西向飛

자연사소서향비

●●○○○●◎

자줏빛 제비 둥지를 마다하고 서쪽으로 날아가고


風飄輕絮落汚地

풍표경서락오지

○○●●●○◎

바람에 휘날리는 버들개지 더러운 못에 떨어졌네.


阿誰更結三生約

아수갱결삼생약

○○●●○○●

누구와 다시 삼생의 약속 맺을까


一寸芳心不自持

일촌방심부자지

●●○○●●◎

작은 꽃다운 마음 스스로 지키지 못했네.

이 시(詩)의 제목은 <일촌방심(一寸芳心)>이라고도 하고, <자연(紫燕)>이라고도 한다. 온정(溫亭)이라는 기명(妓名)을 쓰는 기생의 작품이다. 그녀의 출신이나 생몰년(生歿年)은 미상(未詳)이고, 일설(一說)에는 부사(府使) 서세보(徐世輔)의 첩으로 있다가 다시 기생으로 돌아갔을 때 쓴 시라고도 한다. 시의 내용은 그녀의 삶의 역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연(紫燕) 즉 자줏빛이 나는 제비가 스스로를 나타내는 말이다. 둥지를 마다하고 자유로이 날아가 버린 것은 첩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기생이 된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버들개지의 솜털(風飄輕絮)도 역시 본인의 신세를 말하며,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하수구에 처박히는 신세이다. 이제 와서 누구와 삼생(前生, 現生, 來生) 즉 과거, 현재, 미래의 약속을 맺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조그마한 꽃다운 마음을 잘 유지하지 못한 본인의 탓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연(燕) 자가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기구(起句)에는 ◎표시를 한 비(飛), 승구(承句)와 결구(結句)에 ◎표시를 한 지(池), 지(持)이고, 비(飛)는 미운목(微韻目)이고, 나머지는 지운목(支韻目)이다. 구마다 운목이 다르지만 서로 통용(通用)하여 쓰기도 한다. 각구(各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은 잘 충족했고, 기구(起句)의 5번 자인 서(西)의 평측(平仄)만 변형하였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자연(紫燕)은 자주 빛 제비이다. 사소(辭巢)는 둥지를 사양하다. 풍표(風飄)는 바람에 휘날린다. 경서(輕絮)는 버들개지나 그것의 솜털이다. 아수(阿誰)는 누구이다. 또는 누구와 의지하여 이다. 갱결(更結) 다시 맺는 것이다. 경으로 읽으면 안 된다. 고칠 경(更)은 평성(平聲)이라서 맞지 않는다. 삼생(三生)은 전생, 현생, 내생이다. 일촌(一寸)은 한 치로 아주 작은 단위이다. 방심(芳心)은 꽃다운 마음이다. 젊은 여자의 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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