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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an 19. 2024

79) 凍山河(동산하) / 얼어붙은 산하

漢詩習作 (240118)

79) 凍山河(동산하) / 얼어붙은 산하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山河孰敢拒來冬

산하숙감거래동

○○●●●○◎

산하에 누가 감히 겨울 오는 것을 막을까


尙竹歡飄雪壓松

상죽환표설압송

●●○○●●◎

대는 오히려 기뻐 나부끼고 눈을 솔을 누르네.


鴻鹿雖饑何不競

홍록수기하불경

○●○○○●●

기러기와 사슴은 비록 주려도 어찌 다투지 않을까


分施共樂滿情胸

분시공락만정흉

○○●●●○◎

나누고 베풀어 함께 즐기니 정이 가슴에 가득 차네.

이 시는 겨울이 깊어서 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온 산하가 얼고, 눈까지 내리니 그야말로 겨울나라가 된 정경을 읊은 것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추위도 머잖아 봄의 온기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마는 것이다. 겨울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이런 겨울을 어떻게 잘 기 위해 월동 준비도 하고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 2번 자인 하(河)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동(冬), 송(松), 흉(胸)으로 동운목(冬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전구(轉句)의 1번 자인 홍(鴻) 자만 평측을 변경하였고, 나머지는 모두 평측(平仄)의 전범(典範)을 정확하게 지켰다. 어려운 시어는 별로 없다. 산하에 어떤 동식물도 추운 겨울 오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겨울바람에 대나무 잎사귀가 마구 휘날리는 모양이 마치 겨울을 환영하는 모습이라고 읊었다. 겨우내 푸른 잎을 자랑하는 것은 소나무와 대나무인데, 대나무는 환영 모드이고, 소나무는 무거운 눈에 짓눌리니 억압을 받는 형국이다. 기러기와 사슴은 눈이 내려 대지를 덮으면 먹이 찾기가 어려워서 허기에 고생이 많을 텐데, 늘 같이 떼 지어 다니는 것을 보면 싸우지 않고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특히 사슴은 먹이가 있으면 서로 울어서 동료를 부른다고 한다. 그것을 녹명(鹿鳴)이라고 한다. 분시(分施)는 나누고 베푸는 것이다. 혼자 독식하는 것보다 나누고 베풀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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