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Mar 07. 2024

84) 聽蛙鳴(청와음) / 개구리 소리를 듣다

漢詩習作 (240304)

84) 聽蛙鳴(청와음) / 개구리 소리를 듣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蛙鳴靜聽暮煙濃

와명정청모연농

○○●●●○◎

개구리울음 조용히 들으니 저녁연기 짙어지고


遠近迎春尙戀冬

원근영춘상련동

●●○○●●◎

원근이 봄을 맞으니 오히려 겨울이 그리워지네.


莫叱啼音聞可厭

막질제음문가염

●●○○○●●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고 꾸짖지 마라


知時啓蟄出池塘

지시계칩출지당

○○●●●○◎

때를 알아 겨울잠 깨어 연못에서 나왔으니

계절은 흘러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을 지났다. 대동강물이 풀리고, 겨울잠을 자던 모든 동물들도 기지개를 켜고 깨어나는 계절이다. 아파트 정원에 있는 산수유(山茱萸)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개구리도 물밑이나 바위 밑에서 긴 겨울잠을 자고 나와서 짝짓기를 하려고 열심히 짝을 찾느라 울어댄다. 이 시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품은 소회를 읊은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 2번 자인 명(鳴)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평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농(濃), 동(冬), 당(塘)으로 동운목(冬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모든 구에 평측(平仄)의 전범(典範)을 지켰다.

어려운 시어는 별로 없다. 와명(蛙鳴)은 개구리울음이다. 막질(莫叱)은 질책하지 마라 즉 꾸짖지 말라는 것이다. 계칩(啓蟄)은 경칩(驚蟄)과 비슷한 말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마당 앞의 논에서 개구리가 울어대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어스름하게 저물어갈 때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원근에서 봄이 오니 모두 반기는데, 오히려 가버린 겨울이 그리운 구석도 있는 것이다. 혹독했던 담임 선생님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처럼.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고 듣기 싫다고 돌을 던지거나 훼방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짝짓기를 해서 번을 해야 하니까. 더구나 경칩이 된 것을 알고 잠에서 깨어나 몇 개월 만에 연못 주변에서 봄을 처음으로 만끽하니 봐줄 만하지 않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83) 雨水吟(우수음) / 우수에 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