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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23. 2024

91) 天下皆綠(천하개록) / 천하가 모두 녹색

漢詩 習作(240422)

天下皆綠(천하개록) / 천하가 모두 푸름

 - 금삿갓 芸史(운사) 금동수(琴東秀) 拙句(졸구)


雨歇江山皆綠衣

우헐강산개록의

●●○○○●◎

비 갠 강산은 모두 초록색 옷인데


林間赤繡躑花菲

임간적수척화비

○○●●●○◎

수풀 사이엔 붉은 수놓듯 철쭉이 우거졌네.

閑良最好風流節

한량최호풍류절

○○●●○○●

한량들은 최고 좋은 풍류의 계절이지만


春暮窮翁待麥肥

춘모궁옹대맥비

○●○○●●◎

저무는 봄 궁한 늙은이 보리 살찌기를 기다리네.

계절은 봄이 완연하게 무르익어, 벚꽃도 모두 지고 영산홍과 라일락이 피며, 양지바른 산자락에는 철쭉꽃도 피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어느새 온 천하가 모두 초록색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감회를 읊은 것이다. 이 꽃이 지고 나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나는 최고의 행락(行樂) 철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 좋은 계절을 즐기는 것이 최고이다. 

이 시의 기구(起句) 2번 자인 헐(歇)이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의(衣), 비(菲), 비(肥)로 미운목(微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기구(起句) 5번 자인 개(皆), 결구(結句)의 1번 자인 춘(春) 자의 평측(平仄)만을 변화시켰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다. 雨歇(우헐)은 비가 그친 것을 말한다. 躑花(척화)는 철쭉꽃이다. 철쭉은 척촉(躑躅) 또는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는데, 보통 두견화는 주로 진달래를 나타낸다. 진달래와 철쭉은 꽃 모양이 짙은 분홍색으로 비슷하고 키가 작은 관목이라서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달래는 철쭉보다 1달 정도 일찍 개화하고, 꽃잎은 식용으로 그냥 먹거나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는다. 금삿갓도 어릴 때 시골에서 진달래를 많이 따먹어서 입술과 혓바닥이 자주색으로 물들곤 했다. 그런데 철쭉은 꽃잎에 진득한 물질이 나오고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한다. 염소나 소 같은 초식 동물조차도 철쭉은 먹지 않는다. 閑良(한량)은 관직을 하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놀고먹는 계급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窮翁(궁옹)은 가난하여 군색한 늙은이를 말한다. 봄이 곧 보릿고개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시기에는 보리가 빨리 살쪄서 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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