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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04. 2024

97) 閒望蝴蝶(한망호접) / 한가로이 나비를 보다

漢詩習作(240603)

閒望蝴蝶(한망호접) / 한가로이 나비를 보다

 - 금삿갓 芸史(운사) 금동수(琴東秀) 拙句(졸구)


戱蝶隨風忽入齋

희접수풍홀입재

●●○○●●◎

노는 나비 바람 따라 홀연히 방으로 들어오니


晝酣一瞥報三槐

주감일별보삼괴

●○●●●○◎

낮술 취해 힐끗 보니 삼공(三公)의 전갈인가

紅花好馥何辭絶

홍화호복하사절

○○●●○○●

붉은 꽃 좋은 향기를 어찌하여 마다하고


覓友飛來最太佳

멱우비래최태가

●●○○●●◎

친구 찾아 날아오니 최고로 아름다운 지고.

어느 늦은 봄날 낮술이 얼큰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서재의 의자에서 언뜻 졸고 있을 때이다. 별안간 한 마리의 이름 모를 나비가 날아들었다. 이 무슨 반가운 손님인가? 그래서 나비의 날개 짓을 보면서 이 시를 지은 것이다. 서양에서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것이 있지만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이나 나비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매개의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메신저의 역할이다.

기구(起句)의 2번 자인 蝶(접) 자가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재(齋), 괴(槐), 가(佳)이고 가운목(佳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승구(承句) 1번 자 주(晝)의 평측(平仄)만 변화시켰고, 나머지는 전범(典範)을 잘 따랐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지만, 주감(晝酣)은 낮술이 얼큰한 것이다. 일별(一瞥)은 힐끗 보는 것이다. 삼괴(三槐)는 회화나무 세 구루인데 옛날 궁궐에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고 삼정승(三政丞)을 나타냈다. 그래서 지금도 회화나무는 삼정승 또는 공직을 나타낸다. 취기에 오수(午睡)가 몽롱하여 방안으로 들어온 나비가 꿈인지 생시인자 무슨 기별을 가지고 온 것인가 착각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생시인데, 나비가 꽃과 향기를 찾지 않고 방안으로 날아 들어온 것이 친구 찾아 온 것인 양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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