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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ug 28. 2024

5.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착륙

인천 공항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이륙한 비행기는 서해안의 점점이 보이는 섬들을 뒤로한 채 안정적인 고도에 도달했다. 날씨는 맑고 구름도 하얗게 깔려있다. 마닐라까지는 4시간 반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국적기가 아니다 보니 기내에 서비스되는 외국영화의 한글자막이 없다. 약간 철 지난 한국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기내 서비스를 받을 것도 없고, 필리핀 입국 서류도 사전에 인터넷 e-Travel로 작성해 놓아서 특별히 할 일도 없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오느라 잠을 설쳤으니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것이 좋겠다. 벨트 사인이 꺼졌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묶고 자는 게 좋겠다. 얼마 전 싱가포르 항공의 난기류(Turbulence) 사고로 사망자와 대량의 부상자가 발행한 것이 생각난다. 기후 온난화로 난기류의 발생빈도가 과거 10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몽골행 Kal기도 텐진(天津) 동북쪽 상공에서 난기류로 기내식 쟁반이 날아다니는 사태가 있었단다. 이런 난기류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판별 예측하기가 어렵고, 특히 맑은 날 청천난류(Clear Air Turbulence)가 가장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이라 위험하다. 더구나 저가항공사는 경비절감을 위해 유료인 국제 난기류 예측 시스템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하물 찾는 곳을 확인하면서>

자다 깨다 반복하며 몽롱한 상태인데, 안내 방송이 들리면서 기체가 활주로에 내려앉는 충격이 느껴진다. 무사히 착륙하는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덕은(德隱)이 비행시간 동안 잘 견디고 아무 일 없이 도착한 것이 다행이다. 연결 통로를 따라 니노이 아키노(Ninoy Aquino) 국제공항(NAIA) 3 터미널 입국장으로 들어간다. 입국 수속과 세관 신고 서류를 인터넷으로 제출하였고, 간단한 지문과 얼굴 사진 촬영이 끝이다. 이 공항은 필리핀의 민주화 정치 지도자인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Benigno Ninoy Aquino)가 1983년에 망명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오자마자 총격으로 암살당한 것을 기리기 위해 명명한 것이다. 우리와 달리 이 공항은 24시간 운영체제이다. 터미널이 4개인데, 1, 3번은 국제선이고, 2, 4번은 국내선이 이용한다. 터미널 간 거리가 멀고 교통이 무척 막히므로 정확한 터미널을 알고 출도착 하는 것이 편리하다. 시내버스나 전철 같은 것은 없고, 셔틀버스가 있지만 엄청 불편하다.

<다른 사람들 짐은 잘 나오는데.....>

우리의 수하물 찾는 곳(Baggage Claim)은 1번 컨베이어 벨트이다. 도착 시간이 비슷한 홍콩발 비행기와 같은 곳이라 좀 붐비겠다. 서둘러 나가서 기다렸는데, 수하물 처리가 엉망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머치의 법칙(Murphy’s Law)인지 몰라도 다른 승객들은 모두 가방을 찾아서 떠났는데, 송재(松齋)의 가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기다린 시간이 40분 정도이다. 이제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정말로 Baggage Claim을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컨베이어 벨트 저쪽 입구에서 가방이 들어오고 있었다. 옛날 모나코 출장 때 황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니스공항에 내렸는데, 내 가방이 없다. 항공사에 항의하니까, 드골공항에서 트랜짓하면서 아프리카 모로코가 갔단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어떻게 일어나는가. 1주일 동안 옷도 못 갈아입고, 속옷만 까르푸에서 사서 입은 적도 있다. 늦었지만 착오 없이 나왔으니 다행이다. 우리 인천 공항의 서비스 시스템은 세계 최고이니까 믿을 만하다. 이곳 공항에서 직원들이 늦장을 부린 것일 거다.

<마닐라가 서울보다 덜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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