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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ug 27. 2024

4. 자, 떠나자. 바기오로!

우리가 탑승할 세부 퍼시픽 항공 5J185편은 109번 게이트이다. 여권(旅券)이 왜 패스포트(Passport)인지 아시는가? 효율적인 가장 오랜 운송 수단이 선박이고, 이것을 이용하기 위한 접안(接岸)이나 정박 시설이 바로 항구(Port)이다. 이 항구를 통하여 사람이나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데, 이때 항구를 통과하는 즉 Pass 하기 위한 증명이 바로 패스포트이고, 오늘날의 여권이 된 것이다. 배의 기원은 역사 기록에 따르면 BC 6,000년쯤 나일강에서 시작되었고, 가장 오래된 Port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지중해 연안의 욥바(Yoppa)라고 알고 있다. 동력 비행기를 발명한 Wilbur Wright 형제가 1909년에 건설한 메릴랜드주의 칼리지 파크 공항이 최초의 공항이다. 미국 CI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비포장 활주로를 포함하여 미국이 13,513개, 브라질이 4,093개, 멕시코가 1,714개로 아메리카대륙이 공항 분포에서 최고 지역이다. 아마 졸부들의 사설 경비행기 활주로를 모두 공항으로 분류한 때문인 듯하다. 세계에서 제일 바쁜 공항이 조지아의 애틀랜타 하츠필드 공항인데, 제일 좋은 공항은 역시 인천 공항이다.

그간에 송재(松齋)가 열심히 엄지손가락 품을 팔아서 아고다를 통해서 마닐라행 저가항공을 예약했다. 항공료는 1인당 370,000원 조금 안 된다. 필리핀의 저가항공은 Cebu Pacific Air가 최고로 크다.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보다 일찍 설립되어 필리핀 국내와 동남아, 동북아를 연결하는 많은 노선을 가지고 있다. 필리핀의 3대 기업군 중의 하나인 중국계 기업이다. 1980년대의 일찍부터 저가항공 노선을 개발한 관계로 수화물 무게 제한과 기내 각종 서비스의 유로화 등 돈 되는 시스템을 일찍 도입한 그야말로 짠돌이 항공사다. 핸드 캐리 규정(56*36*23cm)도 까다롭고 무게도 7Kg으로 제한이다. 시즌이 여름이라 장기 체류일지라도 여름옷이라서 무게나 부피에서 덕을 본다.

골프채를 휴대하지 않으니 특별히 수화물로 부칠 짐이 없어서 금삿갓은 작은 기내용 핸드캐리 가방을 준비했다. 그런데, 송재는 서예 연습 때문에 화선지와 기타 등등  큰 가방이 필요하단다. 소운(素雲)도 현장에서 마실 소주와 비상식량 등을 소지해야 되어 가방을 부쳐야 한단다. 아무튼 가방의 수탁은 각자의 문제이니 각자가 경비를 부담하고 처리하기로 암묵 되었다. 막상 집을 떠나서 장기간을 사내들끼리 체류하자니 은근히 부담도 되기도 하다. 그래서 금삿갓은 메인 셰프(Main Chef)로서 혹시라도 음식 맛이 걱정되어, 집에서 안방마님에게 부탁하여 멸치와 황태 볶음을 충분한 량을 만들어서 가방에 넣고, 얼큰한 신라면 수프를 적당량 준비를 몰래 해두었다.

장기간의 여행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현장에서 통신 수단에 대한 걱정도 늘어졌다. 요즘 젊은이 같으면 유심칩(uSIM Chip)이나, 이심칩(eSIM Chip), 로밍 등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통신 수단을 강구하겠지만 늙은 사내들이라 경험도 없고 문외한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각자 지갑을 열어서 형편에 맞게 출국 전에 처리하라고 일러주었다. 항공 탑승권과 수화물 초과 운임도 그렇다. 항공예약번호로 사전에 항공사 사이트에서 수속을 진행하거나 수화물을 예약하면 훨씬 싸고 시간을 절약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데, 늙은 우리들에게는 영 기대를 할 수 없다. 현지 경비의 집행을 위해 여행자 카드를 활용하면 환전에서 오는 환차손을 줄일 수 있고,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보너스도 있는데 그런 걸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금삿갓은 이런 모든 게 장착되어 있어서 착착 시간을 덜 들이고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데, 나머지 세 사람이 무방비 상태이니 어쩔 수 없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08:50분이라서 일반적으로는 3시간 전인 5시 반이나 늦어도 6시에는 공항 발권대에 도착하는 게 관례다. 사전에 이 티켓(e-Ticket)으로 보딩을 처리하고, 수화물이 없으면 1시간 전에 도착해도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 팀은 성질 급한 덕은(德隱)이 6시 전에 공항에 도착하란다. 멀리 용인과 판교에서 새벽에 그 시간에 도착하기가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삿갓은 천천히 가고 싶지만 총무라서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 여름휴가철이 되어서 그런지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이 덜 깬 눈으로 공항에 합류하여 탑승 수속을 하고 면세구역으로 나가니 시간이 널널하다.

공항에 일찍 나와서 라운지에서 식사하면서 기다리지 못할 바에는 너무 지루한 게 출국장이다. 혼자만 라운지에 갈 수도 없고 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고 식당가를 둘러보았는데, 모든 곳이 만원이라서 식사를 할 수가 없다. 수년간 같이 트레킹을 해 본 경험에 따르면 아침을 굶기는 사례가 발생하면 식품 전문가 덕은 선생의 노기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아침밥을 먹여야 한다. 분기탱천(憤氣撑天)만 하는 게 아니라 1년 이상 뒤끝 작렬이다. 요기는 해야겠고 줄 서서 기다리기는 싫고, 할 수 없이 웨스턴 스타일로 아침을 때우려고 파리 크루아상으로 가서 크루아상과 커피로 해결했다. 소주보다 고급술 즐기는 송재를 위해서 면세점에서 바기오에서 마실 위스키 한 병 구매했다. 구름과자를 즐기는 덕은과 소운은 각자 궐련(卷煙)을 준비한 후 탑승구로 갔다. 저가항공이라서 기내식이 없는 관계로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던킨도너스와 생수를 사서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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