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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22. 2024

21. 바기오의 소나무

우리가 열대지방하면 열대우림이나 밀림,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을 상상하게 되는데, 나무들도 기후에 따라 자생지가 다르게 분포하고 있다. 동남아 대부분의 지역을 가봐도 소나무를 잘 볼 수 없는데, 이곳 바기오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이 해발 1,500m 정도의 고산지대라서 기후가 약간 온대 기후와 유사하여 온대지방의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가 보다. 그래서 미군이 지배하던 당시 바기오의 번햄 공원을 조성하고 세계에서 수십 종류의 소나무를 옮겨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관리 부실인지 기후나 환경 부적응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죽고 바기오 자생종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나무와 종류가 같은 것들이 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야자수나 바나나 나무, 고무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번햄공원에는 소나무와 흡사한데 소나무 같지 않은 오래된 나무들이 많이 서있다. 나뭇잎을 보면 우리나라 소나무와 비슷한데 잎의 길이만 조금 길뿐이고 생긴 모양과 생태가 거의 같다. 그런데 나무의 몸체와 껍질은 소나무와 전혀 다르게 일반적인 열대 고목나무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기고, 껍질도 여기저기 마구 벗어져 있다. 오래된 유칼립투스 나무들과 군데군데 섞여서 식재되어 있으니 처음에는 유칼립투스로 오해했다. 잎을 자세히 보니 소나무와 같았다. 그래서 이 나무를 검색해 보니 카수아리나 에퀴세티폴리아(Casuarina Equisetifolia)이다. 키가 큰 다년생 나무에 상록이고, 꽃이 피는 종이다. 나무는 곧고 가늘며 피라미드 모양이고, Casuarina Cunninghamiana 보다 더 삐죽삐죽하고 섬세한 경향이 있는 가지를 가진 소나무처럼 보인다. 꽃도 피고 열매는 타원형이고 나무가지가 우거진 구조이다. 이 나무는 일반적으로 도시 지역에서 가로수나 관상용으로 사용되고 분재로도 많이 키운다고 한다. 높이 20m 정도까지 자라고 처음에는 빨리 자라다가 몸통이 굵어지면 천천히 자란다. 호주, 뉴기니, 동남아, 인도 등이 원산지란다. 호주 소나무라 불리지만 순수한 소나무는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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