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가을을 맞아 우리 한시(漢詩) 모임인 옥류시사(玉流詩社) 회원들이 해운대(海雲臺)로 소풍을 가기로 하고, 그에 걸맞은 시제(詩題)인 해운대로 작시(作詩)를 하도록 했다. 해운대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승지이다. 지금은 해변을 따라 초고층 빌딩이 눈부시게 늘어서 있고, 육지화된 동백섬의 뒤쪽으로 광안대교가 바다를 가르고 떠 있어서 한 폭의 그림이다. 동쪽으로는 달맞이 고갯길과 옛 철길을 이용한 모노레일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곳은 경치와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사시사철 인파가 끊이지 않고, 부동산도 서울의 웬만한 곳만큼 가격이 형성되는 부산의 최고 지역이다. 신라시대의 석학이었던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일찍이 이곳을 자신의 자(字) 해운(海雲)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 이래로 이곳을 찾은 무수한 시인묵객들이 이 경치를 즐기며 수많은 시를 남겼다. 우리도 실력은 못 미치지만 옛 선인들의 풍류를 본받아 한 수를 읊어보는 것이다. 고운 선생의 전설에 따르면 동백섬에 해운대라는 이름의 각석(刻石)을 세웠고, 만년에 여기서 학을 타고 신선이 되어 날아갔다고 한다. 태생의 설화도 있는데, 마산의 돝섬 설화이다. 마산 고을에 부임하는 수령의 부인이 밤이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고운 선생의 부친이 자청하여 부인과 함께 그곳 고을 원으로 부임하자, 실제로 밤에 부인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들은 사전에 대비하여 명주실 꾸러미를 지참하여서 실타래를 풀어놓았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수령이 실을 따라가보니 바다 가운데 있는 돝섬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금돼지가 부인을 납치하여 밤에 잠을 잤는데, 사슴 가죽을 코에 붙이면 맥을 못 치고 죽는다는 말을 듣고 부인이 가지고 있던 사슴가죽 끈으로 금돼지를 죽이고 무사히 탈출했단다. 믿거나 말거나 인 이물교구(異物交媾)의 설화이다.
이 시는 제1구 2번 자인 柏(백)이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오랜만에 절구(絶句)를 탈피하여 율시(律詩)를 읊어 보았다. 율시는 절구의 2배이고, 수련(首聯 : 1~2구), 함련(頷聯 : 3~4구), 경련(頸聯 : 5~6구), 미련(尾聯 : 7~8구)으로 구성된다. 특히 함련과 경련은 각각의 두구가 서로 대응이 되도록 즉 대(對)를 맞추어야 한다. 대(對)는 글자와 뜻이 모두 대응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적 감흥을 높이고 운율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望(망), 量(량), 茫(망), 揚(양), 鄕(향)이고 陽韻目(양운목)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은 기구(起句) 1번 冬(동) 자만 평측을 바꾸었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다. 煙霞(연하)는 안개와 노을이다. 大廈(대하)는 큰 빌딩을 말한다. 煌煌(황황)은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이다. 碧浪(벽랑)은 푸른 물결이다. 扁舟(편주)는 작은 배인데, 片舟(편주)라고도 쓰는데 평측이 안 맞아서 바꾸었다. 珍羞(진수)는 진수성찬(珍羞盛饌)의 준말로 맛있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