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가을이 한창 깊어지는 음력 구월의 중양절(重陽節)에 즈음하여 일어나는 감흥을 읊은 것이다. 날씨는 선선하고 햇볕은 따사로이 비춰서 가을의 상징이 국화가 온 천지에 아름답게 피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여름철새들은 물러가고 다시 북방에서 겨울철새들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계절이 매번 바뀌지만 젊었을 적에는 생활에 바빠서 감흥을 잘 모르고 지나쳤지만 이젠 한 해의 계절마다 아쉽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세월을 보냈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산으로 들로 가을맞이 소풍을 즐기기도 하지만 가을볕을 다소곳이 즐기며 한 가닥의 시흥을 끌어올려 얽어보는 맛도 나쁘지 않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리(籬)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성(城), 쟁(爭)이고, 경운목(庚韻目)이다. 기구(起句)에는 압운이 없다. 기구에 압운이 없을 때는 평기식(平起式)의 절구(絶句)는 마지막 7번 자를 반드시 측성(仄聲)을 써야 하고, 측기식(仄起式)은 6번 자에 반드시 평성(平聲)을 써야 한다. 그래야 시번(詩法)에서 중요시하는 하삼평(下三平)이나 하삼측(下三仄)을 피할 수 있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도 전범(典範)을 따랐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없지만, 간단한 단어로 보면 동리(東籬)는 동쪽의 울타리이다. 열안(列雁)은 줄지어 나르는 기러기다. 사창(紗窓)은 창호지를 비단으로 바른 창을 말한다. 백수(白鬚)는 흰 수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