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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Oct 23. 2024

117. 風虛孰胸(풍허숙흉) / 바람이 누구의 가슴을

漢詩習作(241021)

風虛孰胸(풍허숙흉) / 바람이 누구의 가슴을 비게하나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風不有心何感蕭

풍불유심하감소

○●●○○●◎

바람은 마음이 없으니 어찌 쓸쓸함을 느끼나


吾胸無斷此邀招

오흉무단차요초

○○○●●○◎

내 마음이 까닭 없이 이를 불러 맞은 거지.


江山日月恒非變

강산일월항비변

○○●●○○●

강산과 해와 달은 늘 변함이 없는데


向燭蜉蝣患夕遙

향촉부유환석요

●●○○●●◎

촛불 향한 하루살이 저녁이 아득하다 근심이네.

이 시는 가을을 맞아 점차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즈음의 감회를 읊어 본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더웠고, 그 기간도 길어서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항간(巷間)에는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그래도 천체의 운행은 한 치의 빈틈도 없어 가을은 곁으로 온 것이다. 멀리 설악산의 단풍 소식과 첫눈 소식이 같이 들려온다. 나이가 들면서 계절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건 금삿갓만의 감정이 아니길 바래본다. 인간 생명의 길이가 무한한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하루살이에도 못 미치는 짧은 기간이니까.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불(不) 자가 측성(仄聲)이라서 측기식(仄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소(蕭), 초(招), 요(遙)이고, 소운목(蕭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기구(起句)에는 1번 풍(風), 3번 유(有), 5번 하(何)의 평측(平仄)을 바꾸었고, 승구에 3번 무(無) 자의 평측(平仄)도 변화시켰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지만, 邀招(요초)는 불러서 맞이하는 것이다. 蜉蝣(부유)는 하루살이이다. 하루밖에 못 사는 하루살이나 불에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불나방(燈蛾, 灯蛾)이 겨울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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